<미디어비평> 108회, 8월 22일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대구에서 만난 북한 기자들 2003년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북한의 돌발적인 불참 발표로 하마터면 반쪽 대회가 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일, 노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다음 날인 20일 김해공항을 통해 218명이나 되는 북한 선수단이 입국하면서 유니버시아드 대회 열기가 다시 무르익었습니다. 특이할 점은 북한이 이번 대회에 대규모 취재단까지 함께 파견했다는 점입니다.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취재를 위해 입국한 북한의 기자들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이상호 기자! 이번에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취재하러 온 북한의 기자들은 몇 명이나 됩니까? 예상보다 훨씬 많다고 들었습니다. ⊙ 이상호 기자  : 좀 많았습니다. 당초 20명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도착한 취재진은 모두 24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현장취재까지 나서고 있는 외국 기자들이 한 180명 정도가 되거든요. 그런데 24명이니까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북한 역시 이번 대회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하는 반증일텐데요. 이번에 입국한 북한 기자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개최를 선언합니다! 지난 수요일 오전 10시, 진통 끝에 북한 선수단이 입국했습니다. - 오신 기분이 어떻습니까? - 반갑습니다. 200명이 넘는 선수단과 함께 들어온 북한취재진은 24명은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늦어진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 양측 대표단은 입국장 안 회의실에서 곧바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비공식 회의였지만 북측 기자들의 끈질긴 요구로 결국 취재가 허락됐고 남측에서는 미디어비평 취재팀만이 유일하게 함께 취재했습니다. ⊙ 전극만 북측 총단장  : 한 두어 시간이면 올 것이 삼일 걸렸는데 진통 속에 순산이라고 앞으로 이 경기 대회가 성과적으로 잘 되리라고... 북측 기자 중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취재를 하면서 알게된 몇몇 기자들이 섞여 있어 반가운 인사를 나눴지만 방한 소감을 묻자 말을 아꼈습니다. - 첫 소감 한 말씀...   ⊙ 한영세 / 북한중앙통신 사진 기자  : 소감이라는 게 금방 내리자 마자 무슨 소감이라는 게 있겠습니까?   이들을 다시 만난 곳은 기자실이 마련된 프레스 센터에서였는데요, 이곳에서 이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수많은 인터뷰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밤이 깊어 기자들이 모두 숙소도 돌아간 뒤 주최측의 안내로 시설 견학이 시작되자 그제서야 북측 기자들은 각종 전송장비와 방송시설 등에 대해 물어보며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 지금 이 컨벤션센터(화면) 있잖아요. 야외에서 카메라를 고정해서 지금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는 거예요? ⊙ 신강균 기자  : 아까 이상호 기자하고 문답을 한 그 기자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기자였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예, 그 분 말고 여러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렇게 면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기자들이 말을 상당히 아끼는 표정이 역력한데 말이죠. 유니버시아드 같은 큰 스포츠 행사는 취재팀들끼리 취재경쟁 이것도 상당히 치열한데 북한 기자들은 어떻게 취재를 하나요? ⊙ 이상호 기자  : 저희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취재하기가 썩 용이하진 않았을 건데요, 한꺼번에 수백 명의 취재진이 보통 몰리는 북새통 속에서 그것도 경쟁적으로 치러야 되는 취재 전쟁에 사실 익숙지 않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것과 함께 북한 기자들은 스스로가 또 취재대상이 돼야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 기자들의 취재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취재모습은 사실 우리와 비슷했습니다만 북한 기자들은 주로 자국의 선수단과 응원단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있었던 북한 선수들의 입촌식에 많은 기자들이 몰렸는데요. 북한 기자들도 여기에 섞여서 부지런히 취재를 했습니다. 특히 사진 기자들은 다소 구식 장비였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좋은 화면을 담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인 자신들이 다른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돼야한다는 사실에 당황스럽고 또 어색해 하기도 했습니다. ⊙ 강이종행 / 오마이뉴스 기자  : 저희는 조금 다른 쪽으로 현지에서 보고 다르게 접근을 해보려고 노력을 할겁니다. - 이를테면 어떻게? 그게 지금 고민 중인데요, 일단은 북한 보도진들만 하루종일 한번 동행 취재해본다든지... 본격적인 스포츠 경기가 시작되자 북한 기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집니다. 이들은 경기내용과 함께 북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한국 응원단의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북한 취재진들은 취재를 마치면 프레스센터 3층 국제방송센터에 한국 방송사들과 나란히 개설된 북한 기자실로 모여서 기사도 쓰고 사진, 동영상 등을 북한으로 보냅니다. 과거와 달리 팩스보다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겉으로만 봐서는 우리 기자들이 취재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말이죠, 최근에 남북 간에 있었던 중요한 문제들, 인공기 소각문제, 북핵 문제, 또 6자 회담, 이런 남북 간에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 북한의 기자들은 과연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부분이 상당히 궁금하지 않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사실 저희도 그런 부분들이 너무 궁금해서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했는데요. 처음에는 완강하게 입을 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미디어 비평의 지속적인 취재에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북쪽 기자들이 미디어비평과 같은 언론 모니터 프로그램에 대해서 대단히 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힘들게 입을 연 북한 언론인들의 말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 좋은 그림 많이 찍으셨어요? ⊙ 백영진 / 조선기록과학 영화촬영소 감독  : 기자 선생님들이, 이래선 안 돼. 한참 촬영하는 데 아무 때나 들어오고... 북한 기자들은 우선 자신들을 응원해준 대구 시민, 특히 북한 서포터즈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 강천일 / 체육신문 기자  : 다섯 살찌리 어린 아이가 보름 동안 이북에서 온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서 올라왔다고 그렇게 해서 그러니까 남측 기자들이 노래를 한번 해봐라, 그러니까 노래하더라고. 그걸 보면서 작은 아이들끼지도 통일 열망이 강하고, 정말 한 핏줄... 힘든 취재를 마치고기 담배를 나눠 피면서 편안한 분위기가 마련되자 이제 농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 제일 고생하시는 것 같아요? ⊙ 백영진 / 조선기록과학 영화촬영소 감독  : 어 할 줄 모르니까 그러지 뭐, 요령 있게 해야 되는데 요령이 없어서 그래.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한 기자는 대뜸 남한신문의 오보가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 전명남 / 북한 체육출판사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이 나와 가지고 뭐 오보와의 전쟁을 선언했지요. 이런 것을 잘 해야 차별화가 돼야 고객도 상품을 살 때 이것보다 깨끗한 거 사잖아요. - 북한에서도 오보를 정정하나요? - 아, 정정 다 하지요. 그렇게 합니다. 여기서 그 전이랑 보면 정정 보도랑 싣기도 하지요. 이 기자는 지난 8.15 행사장에서의 인공기 소각과 그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불편함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 전명남 / 북한 체육출판사 기자  : 다시 그런 작태가 있을 때에는 이미 보십시오. 8.15 국민 대회 거기도 나왔던데 보수 세력들이 이 대구 땅이라는 곳은 제가 알기에는 보수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대구 시민들이 우리 공화국 본부에서 인민들 나오는 걸 굉장히 이걸 열광적으로 환영을 하고 정말 동포애가 진득진득 묻어날 정도로 그래서 결국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아무리 대구 땅이 더워도 그런 식으로 찬물을 끼얹으면 가시질 않아요. ⊙ 신강균 기자  : 북한이 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상당히 많았는데 북한 기자들뿐만이 아니고 세계 각 국의 언론들도 북한의 참여여부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았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때가 때이니 만큼 그렇습니다만 시기적으로 볼 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 회담을 바로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국제정세와 관련해서 북한측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세계 언론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아예 북한 선수단의 취재를 전담하는 별도의 취재팀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번 아시안 경기대회에 이어서 이번에도 북한 응원단에 대한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171개국에서 8천 5백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44년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로 경기내용도 수준급이라는 평입니다. ⊙ 블리이드 쎄실 / 미국 대표팀 언론담당  : 지금 유니버시아드 팀에 있는 선수들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큰데 그 선수들이 가치 있는 국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의 참가는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 모리야스 토요카즈 / 후지 TV 기자  : 일본에서는 유니버시아드에 관심 없습니다. 북한 쪽에서 선수단이나 응원단이 오기 때문에 취재하러 온 기자가 4명입니다. - 북한 때문에? 네, 그래요. 6자 회담도 있고 특히 북한 핵 문제 그리고 일본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납치 문제, 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관심 높습니다. ⊙ 시리츠 아느 / 에스토니아 국영 TV 기자  : 북한이 참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뉴스인 것 같다. 북한 응원단이 300명 온다고 읽었다. 경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경기장에서 그들이 응원하는 것을 보고 싶다. 북측 응원단도 관심이지만 남북이 함께하는 응원은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지켜보는 기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 자오 수에메이 / 중국 국제방송국 기자  : 역시 한민족이라는 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가 민족 화합의 대회가 될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이렇게 서로 응원하고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젊은 여대생들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에 대한 남북한, 그리고 외신들의 취재경쟁은 한마디로 가히 폭발적입니다. - 위험하지 않으시냐고.   - 위험하긴 왜 위험합니까? - 그림 괜찮아요? - 너무 예뻐요. 남측 북측 응원단이 하나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은데 지금 공간상으로 아주 반대쪽에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여러 군데 다니면서 땀이 많이 나요. ⊙ 남측 카메라 기자  : 남측 북측 응원단이 하나 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는데 지금 공간상으로 반대쪽에 있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 여러 군데 다니면서 찍느라고 땀이 많이 났다.   북한 선수들이 오지 않으면 돌아가겠다고 하던 아사히 TV 등 몇몇 일본 방송사 취재팀들도 북한 응원단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안간힘들을 쓰고 있었습니다. 취재가 과열되면서 일부 취재진들은 경기 운영자들과 말다툼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북한 기자들 역시 자국응원단의 모습을 화면에 담느라고 부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경기를 북한팀의 안타까운 패배로 끝났지만 북한 응원단은 퇴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열린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 순간 응원석에는 대형 한반도기가 펼쳐졌고 남북한과 외신 기자들은 저마다 그 순간의 의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이니 만큼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상호 기자가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북한 기자들과 가장 많은 대회를 나눈 기자 중에 한 사람일텐데 직접 북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까 어떤 생각이 듭니까? ⊙ 이상호 기자  : 사실 다른 분야는 그동안 남북 간에 교류가 상당히 진척된 부분도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언론분야의 교류는 대단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남북의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언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만나서 서로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조속히 남북 언론인간에 허심탄회한 토론과 교류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