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107회, 2003년 8월 8일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제보와 보도 사이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사건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처신을 보여준 뼈아픈 사건이었습니다. 지난주 내내 방송과 지면을 장식해온 이 사건은 이제 몰래 카메라 테이프의 영장 집행을 두고 취재원 보호와 수사권 존중이라는 미묘한 국면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양길승 향응 사건에 대한 제보가 보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석연치 않은 몇 가지 의혹들을 조명해보겠습니다. 이상호 기자, 사실 이 사건은 SBS가 보도하기 하루 전날 한국일보가 특종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한국일보가 보도한데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많이 제기됐었는데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별 이야기가 다 나왔었죠. 주로 정치권의 암투가 제보를 통해서 기사로 이어졌다. 이런 이야기들이었는데요. 사실 이런 음모론적인 시각들은 청와대 고위층 인사의 향응 사건이라고 하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비껴가서 사안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 직후 방송된 SBS의 몰래 카메라 테이프는 기존의 음모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정작 SBS의 몰카 테잎 보도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SBS가 이미 한달 전에 결정적인 물증인 테이프를 제공받고서도 그동안 왜 보도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 양길승 제1부속실장 사표수리 발표 / 8.5  :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오늘 양길승 제1부속실장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지난 5일 청와대는 양길승 제1부속실장에 대한 사표를 전격 수리했습니다. 양씨의 비행이 밝혀지는 데는 고위공직자들에게 엄정한 처신을 요구한 언론보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문재인 / 민정수석  :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무슨 뭐 음모설, 또는 몰카, 이러면서 아주 파문이 커져버렸고, 그 바람에 양 실장한테 추궁되는 책임의 정도도 보다 조금 가혹해진... 지난 7월 8일, 청주의 한 지역신문인 충청리뷰에 심상치 않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양길승씨 청주 향응 사건에 대한 첫 보도였습니다. ⊙ 임철의 / 충청리뷰 편집국장  :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충주에 내려왔다고 하는 소문들이 7월 초부터 청주시내를 중심으로 일정 범위 내에 많이 퍼져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양 실장 청주에 내려온 시점이 지난 6월 28일이었는데 첩보를 수집했던 게 7월 5일 쯤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부를 보도했던 시점이 7월 8일이었거든요. 3일 정도 취재... 소요됐을 건데요.   이 보도를 확인한 청와대는 지난 12일, 양씨에 대해 후두경고 조치를 내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건의 마무리가 아닌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뒤인 31일, 한국일보의 특종보도를 계기로 양길승씨 향응 사건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됩니다. ⊙ 이태규 / 한국일보 기자  :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정보를 다루는 여의도에 있는 한 사람이 제보를 했다. 찌라시 정도의 제보였는데요. 그걸 청주에 있는 몇 몇 사람에게 전화를 해본 결과 이미 지역에서는 거의 파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쉽게 취재를 했다. - 기사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얼마나 소요됐는지? 한 두 시간 미만 정도 됩니다. 한국일보는 양길승씨 접대 자리에 함께 했던 나이트클럽 사장이 자신에 대한 경찰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그 자체로 폭발력이 크진 않았습니다. 바로 그 날 밤 SBS가 입수한 테이프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SBS 당시 화면을 입수했습니다. - 청주를 찾은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지역유지 이모씨가 운영하는 시내 나이트 클럽에서 술대접을 받았습니다. 지난 7월 5일 SBS 정치부 내근기자가 제보를 입수했고, 바로 그 날 양길승씨의 청주 행적을 담은 테이프도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다 되도록 테이프는 빛을 보지 못 했습니다. ⊙ SBS 8시 뉴스 / 8.1  : 제보자의 신원과 함께 제보 동기와 배경도 불확실한 상당 등을 감안해서 보도에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확인 취재를 계속해왔습니다. ⊙ 신강균 기자  : 하지만 SBS가 밝힌 저지 이유에 대해서 외부에서는 물론이고 방송사 내부에서도 수긍하지 못 하겠다 라고 하는 그런 의견들이 많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시청자들도 대체로 석연치 않다는 반응들이었고요. 더구나 SBS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반발까지도 있는 것으로 지금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SBS는 제보가 청와대 고위층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취재 라인인 민주당과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제보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서 SBS 정치부장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하남신 / SBS 정치부장  : 사안의 성격 상 내가 청와대 기자한테도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를 안 했다. 나는 그게 정도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그 사안에 대해서는 내가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과 백그라운드를 완전히 사실 규명이 될 때까지 나름대로 확신이 설 때까지는 불필요하게 내가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   보도국 기자들 사이에 합의도 없이 보도를 하지 않은 SBS의 행보에 대해 다른 사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입니다. ⊙ A 청와대 출입기자  : 왜 그랬을까? 정말 모르겠어요. 우리끼리도 그 얘기 많이 했어요. 밥 먹으면서... 아니 이걸 왜 안 냈을까, 회사에서도 물어보더라구요. 너 그거 왜 안 냈다고 생각하는지 이거 아냐. 더구나 SBS가 제보를 받은 시점은 바로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해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된 시기였습니다. ⊙ B 청와대 출입기자  : SBS가 테잎을 입수한 게 7월 5일인데 그 때 새만금 헬기 탑승 건 때문에 기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어야 될 사안임이 분명하죠. 그런데 기사화하지 않고 오랫동안 했다는 것에 대해선 상당히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 다 잡은 특종을 한국일보에 빼앗기고 서둘러 한국일보의 보도를 따라간 셈이 된 것입니다. ⊙ 최영범 / SBS 정치부차장  : 확인을 하려고 여태 쫓아다니고 계속 우린 뛰고 있는 중에 한국일보 보도가 나온 거다. 1면에... 그러니까 이 정도면 공론화가 되는 거지, 그러면 일단 이 사태까진 써야 되는 거 아니냐... 이와 관련해 SBS 노조는 민주당 출입기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보도국 간부가 직접 취재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보도되지 못했던 특종을 놓쳤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노조는 또 취재과정에서 배제된 민주당 출입기자들의 말을 빌어 SBS가 향응 사건 보도시 청와대와의 갈등을 우려해 간부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에 SBS 향응 테잎이 방송 지연된 사건이 향후 추가 조사 내용에 따라 자칫 새로운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럼 우리가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점은 여전히 남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그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지고 SBS 노조에서도 조사를 벌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더 이상의 조사에는 한계를 느낀다, 이런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한간에는 SBS가 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온갖 의혹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SBS는 향응 테입을 제때 보도하지 못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소상히 밝히고 솔직하게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취재원 보호 어디까지 ⊙ 신강균 기자  : 앞서 보신 양길승 향응 테잎 사건은 언론의 입장에서 볼 때 또 하나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검찰이 SBS에 대한 압수 수색을 취득했습니다. 이를 두고 취재 과정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SBS와 법을 집행할 권리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이 맞서 언론계와 법조계가 시끄럽습니다. 이 자리에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를 함께 모시고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이상호 기자께서 이번에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 이상호 기자  :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몰래카메라 촬영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지검이 지난 5일 화요일이죠. 원본 비디오 테이프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 SBS 보도본부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말씀하신 것처럼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SBS는 언론 자유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해서 영장 집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이에 따라서 압수수색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기간이 일요일인 10일까지거든요. 그리고 또 법무장관도 그렇게 밝혔지만 검찰의 압수에 대한 의지가 대단히 강합니다. 그래서 SBS 내부에서도 의견이 지금 엇갈리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 신강균 기자  : SBS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보호를 내세워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일단 거부를 했는데, 이 경우에 SBS가 요구하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유보돼야 되는 것인지 어떻습니까? ⊙ 최영묵 /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 지금 학계에서도 입장이 굉장히 분분합니다. 당연히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그런 압수수색은 재고돼야 되고 그런 것들은 삼가해야 된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런 입장과 지금 이번 사안의 경우에 순수한 취재원 보호라기보다 여러 가지 몰카 문제라든가 취재 경우의 정당성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이번에 영장을 발부해서 그 영장이 집행이 돼서 얻을 수 있는 법익을 비교해볼 때 양길승 前 실장의 개인의 명예, 그리고 또 언론의 대 명제인 언론의 자유, 이 부분이 서로 충돌을 한다면 시청자 여러분께서 잘 비교를 하셔야 될 것 같아요. ⊙ 최영묵 /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 언론 자유 위축을 좀 더 크게 봐야되겠죠. 언론사에서 그런 일로 흔히 압수수색이 이루어질 수 있다라는 것이 일반화된다면 언론사는 상당부분 취재의 자유를 위축, 스스로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법익이 상당부분 강조돼야 되는 그런 시점이라고 봅니다. ⊙ 신강균 기자  : 이번 사건은 몰카로 인해서 고위층의 도덕성의 치부가 드러난 그런 사건이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언론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만약에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 공론화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최영묵 /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실 취재 과정의 불법성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을 경우에도 취재원을 보호해야 되는 거냐 라는 문제도 정의될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검찰의 경우에는 언론사의 경우에 압수수색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요건들을 분명히 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함부로 검찰이 언론사를 때로는 난입은 아닙니다만 와서 수색한다면 상당부분 언론은 위축되니까 그것에 대한 공론화의 계기는 된 것 같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오늘 최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