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2003.7.11 104회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특혜분양과 관련 언론인 최근 언론계는 쇼핑몰 굿모닝시티의 특혜 분양에 언론인들이 대거 연관돼 있다는 풍문에 잔뜩 긴장하면서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수서 사건이나 분당 파크뷰 사건 등 특혜분양 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언론인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명됐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특혜분양의 원조 격인 78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건을 살펴보고 특혜분양을 받았으면서도 당시는 물론 지금껏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언론인들의 현재 모습을 추적 고발합니다. 이상호 기자,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이 일어난 게 78년이죠? ⊙ 이상호 기자  : 예. ⊙ 신강균 기자  : 퍽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개요부터 설명해주시죠. ⊙ 이상호 기자  :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은 지난 78년 여름 7월 이맘때였으니까 정확하게 25년 사건입니다. 그저 오래 전 사건으로 만 느끼실 텐데요. 당시 특혜 분양에 연루된 사람들은 그 이후 우리 사회에 기득권 층의 최상위를 점하고 아직까지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언론인 출신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시에 복부인이라든가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아파트 투기열풍이 전국을 강타한 때였는데요. 서민들은 구경하기도 힘든 금싸라기 현대아파트를 고위공직자들과 기자들이 프리미엄 한 푼 없이 넘겨받았다는 이 사건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 ?코카콜라 한 병, 코카콜라 한 병,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칠동 몇  호실로 배달되더니, 코카콜라 두 병, 코카콜라 두 병, 헬스클럽 우리 싸모님 목구멍에 알쌀쌀쌀 넘어가더니...? 80년 대 초 대학가에서 유행하던 이 노래는 군부독재와 재벌의 유착 사이에서 온갖 특혜를 누리며 배를 불리던 당시 기득권 층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그렇게 특혜와 특권으로 득세한 기득권의 상징이었습니다.   ⊙ 이동연 / 문화사회연구소장  :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개발 독재시대의 기형적으로 실정했던 부유층 권력층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 노래는 그런 부유층의 왜곡된 사람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썩어빠졌는가, 그런 것들을 보여준 노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70년대 후반부터 20년이 넘게 한국적 부의 상징으로 불려온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하지만 이 한국적 부의 상징물은 ?특혜분양?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한국적 기득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한국도시개발은 지난 77년 사원용으로 승인 받은 현대아파트를 대거 사회 고위층에 분양해주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특혜분양이 시작된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떠돌던 이런 공공연한 비밀은 78년 6월, 한 통신사에 의해 각 언론사에 타전되고 다음 날 아침 도하신문들은 ?공직자 220여 명, 아파트 특혜분양?이라는 머릿기사로 대서특필합니다. 연일 속보가 터져 나오자 서울지검 특별수사부가 수사에 나섭니다.   ⊙ 오탁근 / 당시 검찰총장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 전모 발표 78.7.14)  : 관련된 공직자, 저명인사, 일반인 등 259명은... 수사결과 검찰은 특혜분양에 관련된 정·관계 인사 220여 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요, 공직자가 190명으로 가장 많았고, 언론인이 37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이부영 / 국회의원, 당시 동아일보 해직기자  : 아마 누구든지 조금 투기에 참여하려고 하면 떼돈을 벌고 그러는 때 아니었어요? 적당히 언론기관에 있으면서 간부 노릇이나 하면 가만히 있어도 와서 아파트 한 채씩 안겨주는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란 말이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소수 특권층에 특혜 분양됐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자 박정희 독재 말기의 민심은 분노로 치닫게 됩니다. 특히 현직 간부급 언론인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사실은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심어줬습니다. ⊙ 이국헌 / 당시 수사 검사  : 언론인도 대단한 언론인 찾아서 거기에 분양을 특혜분양 받으시오, 이렇게 한 것인데 향후 도시개발 주식회사 간부가 특정 공직자, 특정 언론인, 특정 사회 저명인사를 찾아가서 제의를 한 겁니다. 제의를... 특혜 분양할 테니 받으라고. 그래서 받은 거예요. 당시 특혜분양에 관련된 언론인들은 경향신문 6명, 동아일보 5명, 서울 경제 4명, 중앙일보 4명, 문화방송 3명, 조선일보 3명 등 모두 37명으로 편집국장이나 정치·경제 부장 등 대부분 유력 언론인들이었습니다. 독재를 거치면서 언론인의 양식은 무너졌고 도덕감은 마비된 뒤였습니다. 언론인 6명이 두 채 이상을 분양 받았거나 수사 당시 이미 전매 차액을 남기고 분양권을 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단 열흘만에 숱한 의혹만을 남긴 채 마무리졌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을 회수하고 재 추첨을 벌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마지못한 검찰은 한국도시개발 정몽구 사장과 피분양자인 곽우석 당시 서울시 부시장 등 다섯 명만을 구속 기소하는데 그칩니다. 그나마 이들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확정 판결합니다. 특혜분양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프리미엄을 얻었지만 프리미엄은 뇌물이 아니라는 요지의 당시 판결이 나왔고 여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특혜의 주인공들이 장악하고 있던 언론사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고 결국 사건은 밝혀지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묻혀버렸습니다. -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대법원 같은 요지의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요?   ⊙ 이국헌 / 당시 수사 검사  : 유죄죠. 유죄는 유죄죠. ⊙ 신강균 기자  : 다시 이 사건을 보니까 정말 어마어마했던 사건이었다, 이렇게 느끼는데요. 당시 수사결과를 놓고 재미있는 말이 있었는데 태산이 움직인 자리를 살펴보니까 쥐새끼 한 마리만 발견되었다 라는 그런 말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법원과 검찰의 수사가 결국은 면죄부만 준 것이 아니냐, 그런 비난이 높았었는데요. ⊙ 이상호 기자  : 사실 그렇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정의를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시대에 국민적 분노는 가슴속으로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특히 방금 보셨던 것처럼  프리미엄은 뇌물이 아니다 라는 요지의 법원판결은 국민들 속을 정말 썩게 했는데요. 77년 분양 당시에 가격이 평당 44만원이었던 것이 바로 다음 해가 되면 두 배가 넘는 90만원으로 훌쩍 됩니다. 당시 65평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분양가가 2천 9백 만원 짜리가 1년 뒤에 5천 9백만 원이 되니까 한 3천만 원 차익이 남죠. 당시 웬만한 집 두 어 채 값을 남겼는데도 법원과 검찰은 프리미엄이 무슨 뇌물이냐, 이렇게 강변을 하고 있는 셈이 었죠.   ⊙ 신강균 기자  : 당시에는 아파트 투기 열풍이 막 시대되던 때여서 서민들의 박탈감이 아주 하늘을 찔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형사 처벌이 만약에 무산됐다면 언론인들은 도의적으로라도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져야 마땅하겠죠. 하지만 당시 언론인들은 대부분 이후에 해당 언론사의 최고 관리 책임자가 되거나 아니면 공직에 진출해서 출세 가두를 달리게 됩니다. 그때 당시 특혜분양을 받은 현대아파트는 수십 배 가격이 폭등했고 이후 그들이 재산을 축적할 때 안락한 토대가 되어주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언론개혁의 기수 서동구씨, 서씨는 전격적으로 KBS 사장에 내정됐지만 불과 8일 만에 노조와 여론에 밀려 낙마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 내가 언론개혁에 관해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냐... 보도와 여론은 물론 야당인 한나라당까지 그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하고 나서자 그로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25년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재직 중 동료기자의 소개로 현대아파트를 분양 받았던 그에게 순간의 선택은 25년의 성취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현재진행형의 원죄였습니다. 취재를 거부하던 서씨를 그의 집 앞에서 만났지만 인터뷰는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 서동구 / 前 KBS 사장  :   뼈아픈 응어리가 있는데 그걸 지금 건드려서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내가 그 사건에 대해 떳떳하게 얘기할 도의적인 입장이 안 된다고 늘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분양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서씨는 마지못해 25년 전의 기억을 들춰 보였습니다. ⊙ 서동구 / 前 KBS 사장  : 시청에 있는 건설국장 아무개가 현대아파트를 압구정동에 지어서 분양하다 보니까 분양이 안된 게 많이 남아서 알음알음으로 나눠주는 모양이더라, 자기는 해야겠는데 너는 어떠냐...   지난 달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자제한 탓인지 선거 과정에서 어느 후보도 특혜분양을 둘러싼 최병렬 의원의 도덕성을 문제삼진 않았습니다. 한나라당의 이중잣대는 결국 최병렬 대표에게 안정 속에 개혁이라는 칼자루를 쥐어줬습니다. 취재팀은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에 대한 최병렬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정식 답변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현대 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과 관련해서... - 안 하기로 해놓고... - 한 말씀 좀 해 주시죠. - 할 얘기 없어. 최 대표는 정식인터뷰 대신 녹취만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그의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친구의 제의가 분양을 받게 된 계기였다고 그는 말합니다. -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몇만원씩 오르고 했다는데요. ⊙ 최병렬 / 한나라당 대표  : 내가 했을 때에는 80만원으로 들은 기억이 있다. 그게 내가 공직 생활 하는데... 6, 7년 뒤에 공직에 들어왔는데 큰 교훈이 되었다. 취재결과 당시 조선일보 정치부장이던 최 대표에게 분양권을 건넸다는 친구는 다름 아닌 특혜분양을 주도한 한국도시개발 김상진 상무로 드러났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최 대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오릅니다. 이 같은 최 대표의 행적에 대해 특혜분양 당시 동아일보 해직기자였던 동료의원 이부영씨는 개탄스럽다는 입장입니다. - 최병렬 대표한테도... ⊙ 이부영 / 국회의원, 당시 동아일보 해직기자  : 인터뷰 땄어요? - 공고 보냈죠. 죽을 지경이겠네, 그때 특혜분양 받았던 사람 중에 아직도 현직에 남아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 경우에는 뭐랄까요, 지금쯤이라도 자기고백 같은 걸하고 그런 특혜문제는 다시 이 사회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자기들이 발 벗고 나서서 바로 잡겠다는 말씀들은 해줘야 되겠네요. 분양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특혜사실을 부인하기는 다른 분양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KBS 보도본부장을 거쳐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성범씨 역시 37명의 언론인 중 한 사람입니다. KBS 경제부장 재직 중 분양권을 받은 박씨는 취재팀과의 전화 통화에서 분양권을 현대 쪽에서 직접 받지 않았다며 특히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 박성범 / 前 국회의원  : 최초의 분양자가 내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나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다 확인된 걸 가지고 지금 와 가지고  몇 번씩 울거먹어요. 도대체가. 그렇다면 박씨에게 분양권을 건넨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 박성범 / 前 국회의원  : 원래 분양 받은 사람이 청와대 경호실장인가 하던 사람인데 돌아가셨어요. 10.26 때... 내 고향 선배예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때 그런 신분에 있었으니까 된 건데, 아파트 돈주고 산 게 뭐가 문제가 됩니까?   박성범씨에게 분양권을 건넨 사람은 당시 청와대 경호처장 정모씨, 그러니까 KBS 간부가 권력핵심으로부터 분양권을 넘겨받은 셈입니다. ⊙ 부동산 중개업자  : 나라가 개판인데 언론이 정도라고 봅니까, 프리미엄 있으니까 기를 쓰고 기자들도 차장, 부장들도 하나 따려고 기를 쓰고... 언론이 침묵하고 있었지만 언론인들마저 입을 다물지는 않았습니다. 78년 당시 기자협회보는 동료기자의 각성과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주를 중심으로 한 파상적인 로비는 비리언론인의 퇴출을 끝내 저지했습니다. - 어떤 식으로 부탁했나? 사주나 언론인 대표격인 분... ⊙ 이국헌 / 당시 수사 검사  : 그렇죠. 그런 형태죠. 사주나 언론인 대표격인 분, 누구 지금 조사 받는데 선처해달라, 그런 식이 되겠죠. 이런 와중에 스스로 자리를 물러난 언론인도 있었습니다. 당시 문화방송 경향신문의 상무이사였던 박근숙씨는 특혜분양 언론인 명단이 발표되자 서둘러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사표는 40일 만에 수리됐습니다. ⊙ 박근숙 / 前 문화방송 상무  : 이러이러한 사건에 임원이 개입돼 있다 하는 건 도덕적으로 조직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그렇다면 물러나는 게 옳다, 그런 고집으로 판단에 의해서 끝내 그만 뒀죠. 잇따르는 언론인 특혜사건과 책임질 줄 모르는 후배 언론인들을 보면서 올해 70이 넘는 왕년의 고참 언론인은 ?책임?이라는 단어를 부끄럽게 꺼내 듭니다. ⊙ 박근숙 / 前 문화방송 상무  : 언론인들은 사회적 어떤 영향을 미치는데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 책임지시고 나서 순탄치 않은... 많이 힘들지 않으셨어요? 후회하지 않으셨어요? 후회 안 했어요. 그냥 살아왔어요. ⊙ 신강균 기자  : 다른 사람과는 달리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들리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멍에가 쉽게 벗어지는 것은 아니겠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언론인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게 절대 자랑할 일은 못 되겠죠.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 풍토 속에서도 그래도 자신의 책임을 고집한 점만은 저희가 평가할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굿모닝 시티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벌써부터 기자들의 이름이 심심치않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혜의 유혹을 쳐버리지 못한 그들에게 특혜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 우리는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아파트 언론인 특혜분양 사건은 아직 풀지 못한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굿모닝 시티 사건과 관련된 시청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