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우리 문화예술계도 요즘 보면 나는 누구를 지지한다며 분명한 의사표시를 하고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스타들의 대중 동원력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과연 스타들의 선거참여가 어느 정도 표심으로 연결되는지 각 캠프마다 부심하고 있는 스타 끌어안기의 속내를 취재했습니다. 영상취재 최호진 / 영상편집 방완규 / AD 송옥분 지난 26일, 이회창 후보의 TV토론회 준비가 한창인 한 방송사 스튜디오입니다. 바로 옆 분장실에는 토론진행을 맡은 스타급 MC 손범수, 정은아씨가 대본 연습 중이었습니다. - 특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 그런 것 생각하면 오히려 이상하지. '청년 100인, 이회창 후보를 검증한다'는 제목의 이날 방송에는 특히 몇 몇 스타급 연예인들이 참가해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 이창훈 / 탤런트  : 요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스트레칭. ⊙ 김대희 / 개그맨  : 연애시절 단 한번도 양다리를 걸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라는 항목에 대해서. - 양다리 걸치면 연애가 됩니까? ⊙ 탁재훈 / 가수  : 최근에 알고 계시는 가장 재미있는 얘기를 한 가지 해주셨으면 바람입니다. - 지금?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 김건모 / 가수  : 가수 중에 누구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더 말 할 것 없이 김건모씨. 방송이 끝난 뒤 연예인들에게 이회창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 박성호 / 개그맨  : 처음에 맨 처음 딱 뵈었을 때는 정말 차갑고 너무 상류층 적이고 귀족적인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싶었는데 몇 번 같이 만나 뵙고 대화를 하다 보니까 정말 생각 외로 유머러스하시고요. 대중예술문화 쪽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인기 연예인들의 출연에 힘입은 탓인지 이날 시청률은 공중파 합계 30%를 넘겼습니다.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 양 진영 사이 단일화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1일 밤, 대학로의 한 카페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였습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를 비롯한 신경림 시인, 박재동씨 등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띕니다. ⊙ 박재동 / 만화가  : 얼굴이 예쁘진 않습니다만 예쁜 게 문제가 아니지요. 승리하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 오늘 노래합니까? - 후보님께서 먼저 하시면. - 에이 그건... 그건 겁이 나서 못하지요. ⊙ 이은미 / 가수  : 공개지지 의사를 밝히셨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정직한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 싫고요.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그만한 권리를 챙기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노 후보님을 지지합니다. 한 사람이 선거운동원 만 명의 역할을 한다는 대중문화 스타들, 크고 작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후보 전후에 포진하고 있는 그들의 실제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 안대를 풀어주세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기필코 주어진 관객 수를 채워라, 한때 인기 프로였던 게릴라 콘서트는 스타의 대중 동원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 신정수 / 前 게릴라 콘서트 PD  : 스타만이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스타만이 그들에게 한마디하면 그들의 귀를 경청할 수 있는 그런 큰 힘이 있는 게 바로 스타가 아닌가 그런 것을 많이 깨달았죠. 지난 23일, 인기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가 열린 아주대 체육관, 취재팀은 이승환씨의 팬들을 상대로 가상 여론조사를 실시해봤습니다. - 이승환씨가 어떤 특정후보를 지지했을 때 팬 입장에서 같이 동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따로 내가 지지하던 사람에게 투표할 것인지... ⊙ 안은희  : 쫓아갈 거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면. ⊙ 소순환  : 저는 안 찍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 찍지.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응답자 592명 중 82%가 자신이 정한 후보를 찍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41명, 그러니까 7%가 이승환씨를 따라서 자신의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박빙의 승부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 김형준 /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박사  : 대중스타들이 선거에 참여를 할 경우에는 이미지정치와 부합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대중 스타들이 특정후보를 만약에 지지한다고 한다면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우리가 예측할 수가 있겠죠. 연예인 조직이 잘 갖춰져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직능특위 산하에 천 여명의 연예인으로 구성된 예술인 홍보단이 활동중입니다. ⊙ 구봉서 / 코미디언  : 승리라는 것은 승리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입니다. 우리의 이 후보님을 모신 자체로 행복하고 그걸로 만족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한사랑 자원봉사단은 조직입니다. 신세대 스타들이 중심이 된 조직입니다. - 직능특위 한사랑 자원 봉사단 단장으로 임명함, 2002년 11월 10일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회창. 개그맨 심현섭씨는 탤런트 박철씨와 공동으로 자원봉사단의 단장 직을 맡아 이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지지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심현섭 / 개그맨  : 어떤 도덕적인 면에서 충실히 잘 해 내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대쪽이란 별명을 갖고 계시잖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대중들이 판단할 때는 귀족풍이다, 차갑다 라고 생각하는 면들이 많잖아요. 근데 그 만큼 차갑게 보이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그런 쪽하고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민주당은 400여명 규모로 수적으로는 한나라당에 비해 열세입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지난해 구성된 문화예술계 지지모임은 적극적으로 노무현 지지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 권해효 / 배우  : 우리는 민주 개혁적인 후보는 다음과 같은 자격을 갖고 당면한 정치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 문성근 / 배우  : 일제가 끝나면 항일독립세력이 주도세력이 돼야하고 독재가 끝나면 민주세력이 주도세력이 돼야하듯 지역 통합이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가 된 지금 이를 위해 헌신해온 노무현이야말로 역사가 요구하는 우리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연예인들을 선거운동과정에 끌어들이는 것을 가급적 자제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대중 연예인들의 현실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고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노무현 후보가 인기가수 윤도현씨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 윤도현 / 가수  : 이번에 투표할 때 노무현 후보님 찍으려고. 하지만 정작 연예기획사 측은 선거철 정치권의 구애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 김영준 / 윤도현 밴드 소속사  : 자기의 의사표현이 공개적인 지지형태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그걸 노무현 후보의 대선의 지지활동으로 연관시키지는 말아라 라는 게 저희 윤도현 밴드의 뜻입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비복스 역시 자신들의 행동에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입니다. - 베이비복스도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거죠? ⊙ 베이비복스 관계자  : 그런 얘기는 저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 그럼 어떻게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에요? 그날 노래를 불러주고 와라 이런 스케줄 어더를 받아서 갔다왔을 뿐이거든요. 한때 정치 일선에 나섰던 故이주일씨, 그는 숨지기 전 자신의 판단이 옳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 故 이주일 / 제14대 국회의원  : 사실 그 제가 정치를 뭘 알겠습니까? 법을 알겠습니까? 뭐. 평생 이러고 살아왔는데... 들어가서 아~ 역부족이다, 느꼈습니다. 하고 싶어했겠습니까? 어른이 뭐 그래서 했죠. 최불암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연예인들에 정치참여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우선 다양한 사회참여와 봉사를 통해 연예인의 신뢰성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권합니다. ⊙ 최불암 / 제14대 국회의원  : 본이 아니게 빠져나갔다는 것이 결코 운명적으로 수긍은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시간이 오히려 아깝다 했을 정도의 방황은 있었습니다. 바른 소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 국민에게 알권리를 전달하러 다니는 사람들, 사회적 의미를 지닌 배우, 이런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 때만 되면 평소 이름도 모르던 연예인과 사진 찍기 경쟁을 벌이느라 정치권이 한바탕 몸살을 앓습니다. 연예인들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는 집요하고 유세에 나선 연예인은 어느 센가 정계에 진출하곤 합니다. 연예인들의 정치실험은 대개 초라한 뒷모습을 보여줬고, 정치권은 또 그때뿐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에도 정치권과 연예계에 어색한 동거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과연 언제쯤 자신들의 정치 스타를 가질 수 있을지 그저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