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무려 22년 2개월 동안 1,100회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운 드라마 전원일기가 다음 달로 막을 내립니다. 농촌 시청자들에게는 든든한 삶의 버팀목으로, 또 도시 시청자들에게는 따뜻한 삶에 위로를 주었던 드라마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큽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드라마를 더 이상 TV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걱정의 소리도 많습니다. 요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자극만 시킬 뿐이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영상취재 진홍상 / 영상편집 방완규 / AD 김은영 경기도 남양주시 진중리는 드라마 전원일기의 야외 촬영장입니다. - 이렇게 차려 놓으시고 이게 돈벌이가 되세요?   ⊙ 오무원 / '쌍봉댁'가게 주인, 82세  : 한 달에 5, 6만원도 못 벌어요. - 그런데요? 하루 천 원 벌 때도 있어요. 쓰러져 가는 가게지만 주인 할머니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 미국에서까지 신혼부부가 왔다 갔어요. - 왜요? - 여기를(촬영지) 왔다가 '쌍봉댁' 가게 보고 간다고... "여기가 MBC에서 촬영하는 가게입니까?"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추울 때 왔는데 그래서 내가 저녁까지 먹인 일이 있어요. 전원일기의 종영계획이 알려지면서 이곳 주민들은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권오천 / 진중리 주민  : 이거 없애면 안 되는데... - 다른 프로 드라마는 볼만한 것이 없으세요? 우린 그거보다 우선은...「전원일기」가 여기가 다른 프로 10개 보는 것 보다 「전원일기」 한번 보는 것이 나아요. ⊙ 허용태 / 진중리 주민  : 서울로 다 나가잖아요. 그 프로에 보면, 젊은 사람들, 청년 회원들 나와서 일하는 어 보면 진짜로 오히려 우리 시골 사람이 보고 배워야한다는 얘기 나온다고 그런데 그 프로가 그만둬서 아쉽네요. 농촌드라마 전원일기가 농민들은 물론 서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비결은 무엇일까. ⊙ 648회 「지푸라기 호랑이 우루과이 라운드」  : - 그 어느 해보다도 심각한 한해였습니다. 냉해에다가 추곡수매 가격도 낮았거든요. -  쌀 대문도 활짝 열었잖아? - 그러게. - 맞습니다. - 아니 우리 쌀을 두고 왜 남의 나라 쌀을 사 먹어야 돼요? 전원일기는 상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을, 은유가 아닌 사실적인 기법으로 찍어낸 한편의 농촌실태 보고서였습니다. ⊙ 800회「볼펜농사」 - 뭘 따지신다는 건데? - 한 달에 20, 30원 차이가 난다는 건 모르겠지만 100원 이상씩 차이가 난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건 뭔가 잘못돼 있는 거 아닌가요? - 그래서요? - 그래서가 아니라 왜 낮게 부르는 도매인한테 낙찰을 주는 겁니까? 이것도 뭔가가 잘못된 겁니다. 83년 8월에는 양파파동을 다루다가 정부기관에 의해 방송 테잎을 빼앗기고 2주간 결방 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종영계획이 알려지자 누구보다 서운해하는 사람들은 바로 출연자들입니다. - (드라마가 끝나는데) 어떠세요? ⊙ 정애란 / 탤런트  : 서운하죠. 뭐 ⊙ 김혜자 / 탤런트  :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런 건데 끝날 때가 돼서 끝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22년이란 세월이 저한테 많은 걸 쌓아줬기 때문에 물론 착잡해요. 정말 끝나는구나. 서운함은 방송 드라마 전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집니다. ⊙ 유인촌 / 탤런트  : 결국 이제는 어느 방송사가 됐건 똑같아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화려하고 유쾌하고 즐겁고 드라마가 갖고 있는 오락적인 측면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시청률을 잡으니까. 조금만 진지해져도 채널 돌아가는 소리가 나니까 가능하면 배우들이 바보짓하고 웃기고... 하지만 제작진은 이제 도시 농촌의 구분이 없어지고 소재의 한계에 부딪쳤다면서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김성수 / MBC 드라마 국장  : 저도 아쉽습니다. 그러나 전원일기는 오래된 집 같아서 안정감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좀 노후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드라마를 농촌과 어촌을 배경으로 해서 새로운 전문가들과 함께 이미 설계에 들어가서 내년 8월에 새 모습으로 한국 최고의 드라마를 선보일 생각입니다. 한 드라마가 20년을 넘게 방송됐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무리하게 무한정 끌고 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에 드라마들이 보여주듯 시청률 경쟁과 상업화 경쟁 속에서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를 다시 보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점입니다. 특히 각 방송사의 피 말리는 드라마 전쟁은 공공성보다는 오락성에 치우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이동연 / 문화개혁 시민연대 사무차장  : 드라마가 시청률경쟁에 첨병역할을 하고 있죠. 첨병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송사 인지도에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가요만이 아니라 드라마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경제의 논리, 시장경제의 치열한 독점적 논리에 의해서 좌지우지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국민들이 볼 수 있는 내용의 폭은 대단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드라마 속 상품 광고는 자칫 자본에 영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 어머니 트렁크 팬티 사드렸어요? - 아참 아직이요. - 사드리세요. 친구 어머님들이 입고 다 편하다고 하신대요 - 야광이에요? - 네, 반짝반짝 빛나요. 불 끄면... 이 드라마는 같은 상품을 한달 동안 무려 여섯 번이나 소개했습니다. 이밖에도 냉동고, 껌, 아이스크림 등이 반복적으로 홍보됩니다. 여기서도 곳곳에 협찬사의 로고가 나오고 해당 협찬사의 특정상품과 유사한 브랜드명이 노출됩니다. 극중에 나오는 도너츠 가게 씬에서는 가게의 로고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남자 주인공은 실제로 이 도너츠 회사의 TV CF모델이기도 합니다. ⊙ 김태현 / 경실련 시민감시국 부장  : 협찬사에 대한 상품이나 회사의 이미지나 로고나 이런 것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의도적으로 일정하게 홍보되어 지는 경우, 이런 것이 사실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고요. 이처럼 TV 드라마가 마치 상품광고의 전시장이 되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의 외주제작 붐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방송위원회가 예외적으로 외주 드라마에 한해서 외부협찬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함상규 / 방송위원회 심의1부장  : 독립제작사의 드라마인 경우에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또 협찬사들의 광고효과를 노리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서 외주제작사의 드라마가 훨씬 더 PPL(상품간접광고)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외주드라마의 경우 아예 기획단계에서부터 협찬사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에 종영된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찬 통신업체의 상호를 모방한 극중 업체의 로고가 끝임 없이 노출됩니다. 결국 회사 로고를 과다 노출한 것이 문제돼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까지 받았습니다. ⊙ 협찬사 홍보 담당자  : 일반기업의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노출하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한국적인 정서상 맞지 않지 않느냐,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근데 해외출장이나 이런 기회가 있어서 나가 보면 그런 나라들은 또 그렇게 노출시킨단 말이에요. 방송위원회가 방송의 공영상 강화 등을 위해 규정한 외주제작 비율은 33%정도, 하지만 시민단체가 직접 벌인 드라만 외주실태 조사결과 드라마 외주는 방송위원회 규정보다 2배 가량 많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KBS 2TV와 SBS의 경우 외주비율이 61%와 50%로 방송사 자체 제작량 보다도 많았습니다. 이러다보니 교양이나 문화 등의 외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 독립제작사협회 간부  : 외주 전체 물량은 방송위원회에서 고시하는 물량이 정해져 있는데, 드라마 외주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다른 외주가 줄어드니까 - 교양이라든가? 그렇죠. 아직까지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갈등의 소지는 항상 있죠. 서로. 외주비율이 높아지면서 선정성 시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종영된 한 사극입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독립제작사는 주연 배우를 캐스팅 하는 조건으로 외주제작권을 따냈습니다. 자체 제작 능력이 없다 보니 제작은 방송사의 몫이고 자신들은 주로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홍보 전략은 주요했습니다. 방송사가 찍어서 건네준 여 배우의 노출사진을 각 신문에 나눠줬고 신문들은 연일 여배우와 해당 드라마에 대한 기사를 대서특필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조시켰습니다. ⊙ 외주드라마 제작사 직원  : 시청률이라든가 관심을 끌기 위해서 지금까지 써왔던 방법들이에요. 사실 더 커지면 커질수록 저희들에게는 더 이득이에요. 점점 커질수록 그 회 방송이 보통 시청률은 1, 2%이상 차이가나거든요. 이 드라마 역시 자극적인 홍보 전략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외주사의 현장 감독으로 전락한 PD들의 반발이 안에서부터 타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태는 급기야 지난 1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폭력사태로 이어졌습니다. - 119신고 내용이라던가? ⊙ 방송사 경비원  : 그런 것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요. 그런 것 있으면 여기 기재가 되는데, 그리고 안 되어 있어요. 외주제작사 사장과 PD가 출연자의 처우를 놓고 말다툼 끝에 몸싸움을 벌인 것입니다. 방송사 드라마 PD들은 이번 사건을 자격이 없는 외부제작사 선정과 기형적 외주제작시스템이 운영이 빚은 결과로 규정하고 방송 3사 PD들 간에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박성근 / 한국방송프로듀서 연합회 회장  : 방송이 추구할 공공적인 기능하고 또 현실적인 상업적인 시청률의 압박 같은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고 그래오다가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에서 PD들이 현장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외주제작의 문제점을 터놓고 얘기해야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 이경호 / 한국방송연기자 노조위원장  : 외주의 기준과 원칙이 공개되지 않으면 밀실거래나 외주의 비리가 대중 문화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고,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과 상업화의 파고가 공중파 드라마에도 밀려들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시청자를 시청자 이전에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기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전원일기의 장인정신이 그리워지는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