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14일,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월드컵으로 한국 축구만 유명해진 것이 아닙니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특히 우리 대중음악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이곳 이탈리아에서는 유명한 음반 제작사가 우리 대중가요를 무단 표절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또 그 한편에서 위협받고 있는 음반 저작권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영상취재 최호진 / 영상편집 방완규 / AD 김보경 이탈리아 패션의 중심 밀라노, 그 중에서도 멋쟁이들이 모인다는 도심의 한 카페촌입니다. 카페마다 싱싱한 젊음과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한 카페 앞에 이르자 귀에 익은 음악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우리나라 가수 이정현씨가 불렀던 '와'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비트, '친구야 가자', '바모스 아미고스'라는 이 노래는 이정현의 노래와 서로 닮았다기보다는 꼭 같은 곡처럼 들립니다. 대중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디아나와 클로리아나, 이들은 '바모스 아미고스'가 스페인 말로 불려지긴 했지만 전형적인 이탈리아 노래라고 말합니다. ⊙ 디아나  : 이태리 노래 말은 아니지만 라디오에서 전형적으로 많이 나오는 곡이죠.   - 느낌은 어때요? 전통적인 디스코 음악이죠. 좋은 곡입니다. 이들에게 한국 가수 이정현씨가 부른 '와'를 들려줘 봤습니다. ⊙ 클로디아나  : 리듬이 정확하게 똑같아요. ⊙ 디아나  : 네 그래요. 리듬이 같아요. 목소리가 다르지만. 본격적인 휴가 인파로 북적거리는 밀라노 교외의 한 호숫가입니다. 한 뼘의 햇볕이라고 더 받으려는 태양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곳을 찾은 이탈리아인들은 월드컵 패배의 기억 때문인지 일단 한국인에 대한 거부 반응부터 보입니다. - 질문 좀 할까요? - 싫어요. 저 사람들에게 하세요. 이들 중 '바모스 아미고스'를 즐겨 듣는다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바모스 아미고스 팬  : 전형적인 이탈리아 나이트 클럽 댄스음악이죠. - 자주 듣나요? 네, 자주 들어요. 그들에게 이정현씨의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 한국 가수입니다. - 한국이라구? 안 좋아요. 당신들은 우리를 월드컵 밖으로 몰아 냈잖아요. 아주 안 좋아요 월드컵을 빼앗더니 이제는 노래까지 훔쳐갔다며 비아냥거립니다. - (한국 가수가) 우리 음악이 좋아서 그랬다면 잘한 일이네요. - 음악이 좋았다면, 우리 음악이 좋아죽겠다면 복사할 수도 있겠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 곡의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와'의 작곡가 최준영씨를 만났습니다. 최씨와 함께 두 곡을 정밀 분석해봤습니다. 멜로디는 물론 코러스, 심지어 악기의 음색까지 똑같았습니다. 최씨는 자신이 작곡을 하고서도 반대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가 고통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 최준영 / 작곡가  : 제가 어떤 음악인생 전부에 대한 부정이 돼 버리니까요. 사실은요...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굉장히 해피 했을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그게 내 인생 전반이 흔들려 버리고 제 근간이 흔들리는 거예요. 모든 신뢰... 그렇기 때문에 그거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엄청난 거였죠. 노래를 부른 가수 이정현씨는 곡을 베낀 이탈리아 측이 거꾸로 표절시비를 걸고 있는 듯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 이정현 / 가수  : 양심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축구도 그렇고요. 대중음악도 마찬가지고 정정당당한 게 가장 좋은 거구요. 최준영씨의 노래를 최씨가 아닌 이탈리아의 업자 측으로부터 수입해 편집 음반을 낸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바모스 아미고스'가 들어 있는 앨범을 3만  가까이 국내에 판매하는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 음반 관계자  : 내가 외국의 커다란 팝송의 히트곡이 있는데 마이클 잭슨의 드릴러가 있는데 작곡가가 누구냐 쫓아가서 맞냐 안 맞냐를 확인할 수 없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최준영씨에게 직접 확인은 안 했지만 최씨가 표절한 것이라는 이탈리아 측의 말을 믿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 음반 관계자  : 기자 분 같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확실히 저쪽으로 가겠죠. 작곡자도 '엔 파리나'로 돼 있고 그러니까 이 친구들이 만든 건데 최준영씨가 카피를 했구나. 표절 역공이 계속되자 최준영씨는 비장의 편지 한 장을 취재팀에게 내놨습니다. 표절 사실을 시인하는 이탈리아 측의 공문이었습니다. 단순한 실수였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 작곡자 이름이 '파리나'라고 돼 있네요? - 유럽에서도 상당히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사람이라고 그러는데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나 모르겠습니다. 보통 강심장 아니면 이럴 수 없는데... 다 똑같아요. 다... 프로듀서 파리나씨를 만나기 위해 그의 작업실이 있는 이탈리아 베로나를 찾았습니다. 끈질긴 인터뷰 요구에 파리나씨는 자신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취재팀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표절이 단순한 실수 때문에 이루어졌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합니다. ⊙ 마우로 파리나 / 사이팜 社 대표  : 저는 그 노래가 (한국의) 전통가요라고 생각했습니다. - 공공의 노래를 말하는군요. 네... - 저작권자가 없는 노래 말입니까? 네, 전통민요 같은 것이요. 최신 음악을 아리랑 같은 한국 전통 음악으로 착각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바모스 아미고스'의 판매량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단지 100여 장이 나갔을 뿐이라고 시치미를 뗍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일본과 한국,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만도 이미 엄청난 양이 팔려나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파리나씨는 모든 앨범에 자신을 저작권자로 올려놓고 저작권 침해를 금지한다는 경고까지 버젓이 표기해 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그러면 저작권을 일본인에게 넘긴 적이 있는가? - 없다. 그것은... - 그렇다면 어떻게 일본인들이 음반을 냈는가? - 글쎄... 취재팀의 질문공세가 영어로 계속 되는 사이, 파리나씨와 변호인은 자신들의 말인 이탈리아어로 서로 빠져 나갈 변명을 찾느라 속삭거립니다. - 거봐 자꾸 저작권 문제를 걸고넘어지잖아. 저작권이 우리 것이 아닌 게 사실이잖아. ⊙ 변호사  : 저작권이 아니라 라이센스만 팔았다고 말해. - 저작권은 판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라이센스를 팔다가 실수했다고 말하면 되잖아. 신중하지 못 했다고...   최준영씨는 어제 파리나씨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들어갔습니다. 표절하면 늘상 우리 대중가요가 남의 나라 노래를 베끼는 것으로 알아왔던 만큼 유럽 쪽에서 우리 것을 표절했다는 점에서 일견 기이한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단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표절 의혹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특히 한류열풍이 부는 아시아권에서는 표절을 넘어 음반의 무단복제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헤비메탈의 신이라고 불리는 영국 그룹 쥬다스 프리스트, 지난해 여름 가수 신해철씨는 쥬다스 프리스트가 자신의 기타 연주부분을 베꼈다며 표절의혹을 제기했습니다. ⊙ 전상규 / 신해철氏 스태프  : 일반적으로 표절이라는 부분을 얘기를 할 때 가수의 보컬, 보컬 라인... 그러니까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표절을 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이 경우에는 기타 리프라고 하는데 메인 테마가 거의 같은 멜로디와 또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죠. 쥬다스 프리스트를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계속하고 있는 신해철씨 측은 해외에서의 음악저작권 보호를 위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 일단은 현재 우리 음반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네트워크 조성이 일단은 시급하다 라는 것, 그리고 그 네트워크가 있어야지만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지금처럼 어느 쪽에서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이후에 거기 뛰어들어 가 가지고 뒤처리를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미리 방지를 할 수 있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져온 타임즈 한국 지국장 도널드 맥캔타이어, 그는 최근 잇따른 표절 사건들이 오히려 한국 대중음악의 우수성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 도널드 맥킨타이어 / 타임즈 서울지국장  : 전 세계 음반시장이나 취향이 다를지 모르나, 지금 한국의 음악수준은 전 세계 어느 나라만큼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표절을 할 정도로 한국이 세계시장에 좋은 노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중음악의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저작권 침해 실태는 그 상상을 초월합니다. 표절을 넘어서 음반 전체에 대한 불법 복제가 일반화된 상태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음반시장 규모가 3조원 대에 이르지만 정품 거래율은 4%에 불과합니다. ⊙ 김갑수 /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 과장  : CD 매장에서 정품과 똑같은 형태의 불법물들이 같이 팔리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가격 차이만 있지 제품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그걸 더 선호하는 입장이고... 때문에 힘들여 중국 시장을 개척해놓고서도 우리 음반 관계자들은 아직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신의 첫 번째 정규 앨범, 'Listen To My Heart'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보아는 단숨에 일본 최고 권위의 오리온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앨범도 지금까지 90만장을 팔아서 앨범 판매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 후치 TV 보도내용  : 한국에서는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이 되어 일본가요가 들어와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언론에 주목을 받아온 보아는 지난 달 르몽드지에 이례적으로 전면 기사로 다뤄졌습니다.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하노이와 상하이는 물론 싱가포르와 타이베이 등지에서 베스트셀러 안에 들고 있다. 이런 성공에 편승해 중국과 베트남의 대도시에 한류체험관이 개설되고 있다. 오랜 저작권 침해 국가의 오명을 벗고 세계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대중가요, 어쩌면 최근의 표절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 저작권 실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 앞마당에서부터 철저하게 저작권을 준수하겠다는 의지야말로 우리 것이 세계에서 보호받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