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6일,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월드컵 공동 개최국 일본 역시 16강 진출로 전 열도가 온통 축제열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흥분한 팬들이 강물로 뛰어드는가 하면 암표가 수백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잉글랜드 베컴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일본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 속에 다채로운 월드컵 풍경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영상취재 양윤모 / 영상편집 김홍기 / AD 송옥분 일본이 튀니지를 꺾고 16강에 진출하던 날 일본열도는 온통 열광에 휩싸였습니다. - 왜 강물에 뛰어드세요? - 일본에 이겨서 너무나 기쁘다. 이건 오사카의 문화이다. - 너무 흥분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당초 월드컵 분위기가 뜨지 많아서 울상이던 일본을 일거에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것은 러시아에게 거둔 첫 승리가 계기가 됐습니다. ⊙ 일본 응원단  : 감사합니다. 한국에 이어 일본도 이겨서 너무 다행입니다. 迷惑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을 신조로 삼고 있는 일본 사람들이지만 이날만은 달랐습니다. 이날 축구 경기의 시청률은 66.1%, 순간 시청률이 82%에 달해 77년 이례 일본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후지 TV 담당자 역시 놀라는 눈치입니다. ⊙ 치히로 카메야마 / 후지 TV 편성국장  : 일주일전에 월드컵 시작을 알리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정말 너무도 낮았다. 시청률만 보면 모두 월드컵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달랐다. 일본 팀의 선전에 힘입은 축구 열기는 때늦은 입장권 구하기 경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과 튀니지의 16강 결정전을 앞둔 오사카 곳곳에서 암표 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티켓 판매소를 이용한 한 외국인은 보통 수백만 원대의 입장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 몇 장을 샀는가? - 모른다. 나는 표를 팔려고 한다. - 몇 장 정도를 얼마에 팔려고 하나? - … - 지금 시세가 한 장에 얼마인가? - ...비싸다. 잉글랜드 팀의 베컴 선수를 비롯한 외국 선수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이른바 베컴 헤어스타일이 하루아침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머리는 미용실에서 자르고 염색은 내가 했다. 베컴이 멋있고 잘 하니까... - 내가 잘라줬는데, 베컴 머리 해줄까 해서 잘라줬다. - 머리에 대한 평판이 좋다. - 당신 머리는? - 내 머리는 대머리다. 축구 열기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일본의 월드컵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지난 주말 도쿄의 외국인 밀집 지역인 록본기, 어둠이 깔리자 경찰의 움직임이 부산해집니다. 지금 뭐하고 있는가?   ⊙ 일본 경찰  : 이곳은 원래 주차금지 구역이다. 훌리건으로 인해 차가 망가지거나 하면 안되니까, 그래서 여기는 근무중이다.   수백 명의 정복 경찰들 외에 사복 경찰들도 군데군데 배치돼 있습니다. ⊙ 일본 사복경찰  : 나는 마약, 저 형사는 도둑 전문이다. 어디까지나 우린 응원하러 나온 거다. 이들은 영국에서 파견 나온 훌리건 대응 팀까지 배치돼 있다고 귀띔합니다. 오늘도 영국에서 온 훌리건 지원조가 나와 있나? ⊙ 일본 사복경찰  : 아마 경시청 본부나 훌리건 전문조가 나왔을 거다. ⊙ 일본경찰  : 위험합니다. 거기 흔드시는 분 내려와 주세요... 일본인들의 훌리건 공포증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 다니엘 / 록본기 상인  : 월드컵 전에는 안 그랬는데, 월드컵이 시작되고 나서는 방송에서 나가지 말라고 하니까 일본인들은 외출하는 게 위험하다고 해서 밖에 안 나오고 있다. 정작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불쾌한 반응까지 나타냅니다.   ⊙ 폴 스워로스 / 잉글랜드 응원단  : 아마 일본 언론에서는 훌리건의 난동을 많이 우려했던 것 같은데,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그런 불상사가 전혀 없었다. 취재기자의 눈에 일본인들은 월드컵 홍보다는 훌리건 대응에 더 부심하는 듯 보였습니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요코하마시, 응원열기는 뜨겁지만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는 별반 누리지 못했다고 울상입니다. ⊙ 구이찌 하야시 / 요코하마시 과장  : 티켓이 해외에서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아서 그걸 다 일본에서 흡수했다. 그런 악순환 때문에 경기를 거의 대부분 일본인이 보고 있다. 따라서 숙박을 할 필요가 없고 거기에 동반되는 경제효과도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요코하마 차이나타운도 썰렁한 월드컵 분위기 탓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들입니다. - 월드컵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오나? 장사는 잘 되는가? ⊙ 차이나타운 상인  : 아니다. 별로 많지 않다. 외국 사람들은 좀 있는데 별로 사지 않는다. 먼 거리에서 열리는 경기는 아예 밤 열차를 타고 가서 보는 알뜰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많습니다. ⊙ 미국인 관광객  : 물가가 아주 비싸다. - 물가는 비싸지만 아주 조직적이고 깨끗하고 안전하다. 그나마 퇴폐 유흥 산업 정도가 외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들여놓는 곳이라는 자조마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월드컵 특수를 맞아 러시아 여성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는 도쿄의 한 러시아 클럽입니다. - 일본인들이 100% 오나? ⊙ 러시아 여성 / 클럽종업원  : 아니다. 이태리, 로마 분들도 있다.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온다. 시마에 뒷골목에는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 여성들과 남미 여성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 지금 월드컵 기간인데 새로운 여성 있나? ⊙ 윤락여성  : 다 새로 왔다. - 손님은 많아졌나? 많아졌다. 도쿄에만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윤락 여성들은 마약 유통 조직과도 연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경찰은 비상상태입니다. 월드컵에 무관심했던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월드컵 첫 승리는 부러움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질서 정연한 붉은 악마의 응원은 한국인들의 저력을 느끼게 해줬다는 반응입니다. ⊙ 케이 미나쿠치 / 후지 TV 기자  : 일본보다 훨씬 박력이 있어서 압도당했다. 지난번에 서울에 취재를 하러 갔는데, 한국인의 힘을 느꼈다.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인 영화 감독 이규형씨는 일본인들에게 각인된 붉은 악마의 이미지를 이렇게 진단합니다. ⊙ 이규형 / 영화감독  : 몇 만 명의 시민이 길거리에 나와서 똑같은 옷을 입고 응원한다는 것 자체도 무섭지만 더 이 사람들에게 인팩트를 준 것은 쓰레기를 갖다가 치우고 금방 그 거리가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서 좀 믿을 수 없어 해요. 이렇게 가까운 곳이 이렇게 파워풀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가, 그래서 굉장한 관심을 갖고 야, 부럽다. 그 다음에 또 한 면으론 무섭다, 그 무섭다는 거는 파워를 느끼기 때문에 친해져야겠다 라는 그런 의미라서... 한국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재일 동포들은 저마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한국인의 하나됨을 확인합니다. ⊙ 민신행 / 재일 동포  : 놀랐다. 자랑스럽기도 해도 너무 너무 기쁘다. 꼭 16강에 들어가길 바란다. 오사카의 한 한국 음식점, 선반에 꽂힌 북한 소주를 보고서야 이곳이 조총련계 동포가 운영하는 음식점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 왜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하나? ⊙ 한국음식점 지배인  : (보시다시피) 한국음식점이니까. ⊙ 한국음식점 지배인  :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이기면 다음날 음료수 서비스를 한다. 월드컵 개막식에 대표단까지 파견한 조총련은 북한의 아리랑 축제와 동시에 펼쳐지는 월드컵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포애까지 감추지는 않습니다. - 조총련 우리 동포들 같은 경우에 한국을 응원합니까? ⊙ 조총련 관계자  : 남조선 응원하죠. 축구할 땐 응원하죠. 같은 핏줄이고 민족인데... 남한의 축구경기를 응원하고 있다는 한 조총련 관계자는 월드컵이 향후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 조총련 관계자  : 응원단, 관광단 조총련에서 갔죠? 그런 것은 북에서 상당히 많이 같이 응원하고 그런 좋은 계기가 됐다 하는 얘긴 많이 듣고 있습니다.   한국이 포르투갈과 16강 진출을 놓고 최종 한판을 벌이던 14일 밤, 오사카 총영사관 로비에는 초조한 표정의 한국 동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 열기는 이내 그 초조함을 쫓아버렸습니다. 먼저 16강에 합류한 일본인들도 응원에 열성적이었습니다. - 왜 한국팀을 응원하나? - 아시아 대표가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이다. ⊙ 일본 유학생  : 유학생활 하는데 있어서 이런 축구를 통해서 우리 애국심도 생기고 여러 가지로 저희한테 너무... 너무 흥분해서 말도 잘 안 나오는데... - 여태까지 한국 잊고 살았거든요. 사실은... 근데 지금 저는 한국 사랑해요. 진짜로... 16강 동반 진출이 확정되자 영사관 밖에서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인들은 축하응원을 던졌습니다.     - 한국! 일본! 한국! 일본! 이번 한일 월드컵은 주최국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16강 동반 진출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두 나라 국민들은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고 결승에서 만나자는 덕담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한일 월드컵의 성공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두 나라 사이의 깊고 깊은 감정의 골을 메우고 새로운 전진을 기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