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31일,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국회의사당을 지나게 돼있던 지하철 9호선이 얼마 전 국회를 돌아가는 노선으로 바뀌었습니다. 국회건물의 안전 때문이라는 서울시의 설명과는 달리 그 배경엔 국회의 힘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국회가 자리잡고 있는 여의도 1번지, 그곳에서 권위와 이기심을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봤습니다. 영상취재 김경배 / 영상편집 함상호 / AD 이승희 서울시는 지난 15일 국회의사당 부지를 지나게 돼있던 지하철 9호선의 노선을 최종 변경했습니다. 의사당 건물의 안전을 고려했다는 게 변경 이유였습니다. ⊙ 장석효 /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장  : 국회의사당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경우에는 노후된 건물의 안전성이 우려가 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당초 당산역을 나와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통과하려던 노선은 한번 휘어져 국회 경비대와 KBS를 지나고 다시 한번 크게 휘어져 5호선과 여의도역과 만나게 됩니다. 하루 수만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회 앞 사거리에 들어서기로 했던 전철역 역시 원래 위치에서 100m 가량 떨어진 후미진 곳으로 옮겨집니다. 시민들의 편치 않은 마음은 옮겨진 거리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집니다. - 국민들 불편한 건 생각 안 하고 잠깐 통과해도 밑으로 지나가는 거니까 다른 큰 문제가 없을 거 아니에요. 근데 국회의원들이라고 해서 자기네 어떤 집단이익을... - 왜 옮겼어요? 빨리 만들어주세요. 안전문제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었던 지하철 건설본부장은 취재진에게 감췄던 속내를 꺼내 보입니다. ⊙ 장석효 /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장  : 설계하는 과정에서 국회로부터 공문을 정식으로 받았어요. 도저히 자기네들이 (국회 측) 건물 노화와 안전 문제 때문에 염려가 된다. 저희가 소음, 진동 평가한 것에 보면 공사 중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어요.   실제로 국회에 의뢰를 받아서 국회 부지에 대한 소음 및 진동조사를 벌였던 전문가를 만나봤습니다. ⊙ 장서일 / 서울시립대 교수  :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어떤 지하철의 진동 예측식들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게 한 네 가지, 다섯 가지쯤 되는데 그러한 것을 모두 검토를 해봐도 전혀 문제가 없죠. 국회의사당 건물이 문화재라 하더라도 이 정도면 문제가 없을 거다 라는 얘기죠. 오히려 노선을 변경함으로서 지하철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걱정합니다. - 속도를 많이 줄이더라도 곡선구간에서는 열차와 레일이 서로 마찰음이 있기 때문에 소리가 상당히 심각해질 수가 있어요. 승객들한테 아주 좋지 않은 그러한 소음을 유발시키겠죠. - 다른 부작용은 없습니까? 마찰에 따르는... - 다른 부작용은 마찰에 따라서는 레일이 사실상 마모가 잘 되고요. 물론 바퀴도 마모가 잘 되고... 그럼 지난 7년 동안 국회의사당 통과라인이 최선이라고 주장해온 서울시가 지하철 노선을 변경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확인결과 그동안 국회는 지하철의 경내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반대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의 전당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게 주요 명분입니다. 지하철이 국회 밑을 지나고 있는 일본과 영국의 예를 제시해봤지만 모두 묵살됐습니다. ⊙ 지하철건설 실무책임자  : 앞으로 점점 시내 교통이 복잡해지고 하면 의원들님이나 거기 오는 사람들이 승용차로 오려고 하면 시간 대기도 어렵고,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지하철 타고 와서 가면 무슨 문제가 있느냐, 그렇게 교통패턴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정문 앞에 (역이) 있는 것이 참 좋다... - 그랬더니 뭐라고 그래요?   별로 호응을 안 하더라구요... 자전거를 타고 의사당으로 출근하는 독일 국회의원 얘기는 우리 의원들에겐 그저 다른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분주히 걸어보지 않은 국회의원들에게 지하철 노선변경과 그에 따른 역사 이전 때문에 치미는 시민들의 분노 역시 남의 나라 일일 것입니다. 과학적인 자료대신 국회가 선택한 것은 예의 정치적 타결이었습니다. ⊙ 국회사무처 간부  : (서울)시장 쪽에서도 사무총장하고 수시로 통화해서 의견 합의가 됐어요. - 사무총장이 시장한테 전화를 걸어서 그런 협의를 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상적인 협의 경로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시장 밑에 지하철 본부장 있죠? 딱 까놓고 말씀드린다면 시장하고 사무총장하고 전주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예요. 자주 모임이 있고 해서 서울 시청에서 지하철 얘기 나올 때마다 꼭 국회를 할퀴고 이쪽(국회) 안은 이런 거다 하고... 돌아가는 안으로 합의를 해서 둘이서 합의가 됐다고... 그러니 실무선에서 지하철 노선협의가 제대로 진행됐을 리 없습니다.   ⊙ 장석효 /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장  : (국회) 사무처의 과장, 국장 이런 사람들 얘기는 그게 의사결정이 의장까지 다 된 거야. (국회)의장, 사무총장 다 해서, 결정이 된 거라고 하더라고. 지하철이 지나면 국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국회의장도 노선변경에 긍정적이었습니다. ⊙ 이만섭 / 국회의장  : 국회의사당이 넘어지면 되겠어요? 그게 허물어지면 안되잖아요. - 그런 선에서 지시를 하신 거죠? 소음이라면 가장 경계해야 할 곳인 세종문화회관 바로 밑으로도 지하철은 다니고 있습니다. 잘못된 노선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이기주의적 관행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친목과 우의를 다지는 모임입니다. 역대의원 618명이 회원으로 등록된 이 단체에 국회는 매년 5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돈은 어디에 쓰여질까, 확인결과 그 돈은 65살 이상의 회원들에게 매달 80만 원씩의 지원금을 주는데 모두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국회법상 이 같은 지원금 지급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진정구 / 국회사무처 행정법무 담당관  : 국민대표로서 활동했던, 걸어온 분들에 대해서 어떤 최소한의 생활보장이라든지 어떤 그런 측면에서 지원하는 어떤 그런 사업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어떤 생활지원보장을 기한다고 하는 그런 측면에서 이해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특히 이 돈은 12.12, 5.18 내란혐의로 사법 처리됐던 정호영, 허삼수씨는 물론 비리사건에 연루됐던 정재철, 박준규씨 등 수십 명에게도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활이 부유해서 국회 지원이 필요 없는 상당수 전직 의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 진정구 / 국회사무처 행정법무 담당관  : 어떤 개개에 대해서 제외를 검토하고 한다, 이런 측면보다는 어떤 합리적인 기준을 선정해서 그 기준에 따라서 다시 지금 현재 연로회원들, 지급 받고 있는 연로 회원들을 다시 그 기준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저희들이 재검토하겠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국회는 요즘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에 또 하나의 의원회관을 신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이미 기본계획안 검토를 거쳐서 이르면  올 상반기 중 타당성 검사를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정주성 / 국회사무처 시설관리 과장  : 의원님들이 그런 입법 활동하는 행사들이 상당히 많아요. 예를 들면 의원님들이 봄가을에 후원회 행사를 1년에 두 차례씩 갖기도 하고 또 의원회관 지금 보좌관실 같은 경우에 상당히 지금 사람 수가 건립 당시보다 사람이 많이 늘고, 또 사무가 자동화되다 보니까 사무기기도 많이 늘어나 가지고 상당히 지금 부족한 형편이에요. 그러나 국회 보좌관들의 말은 다릅니다. 중앙당과 지구당이 엄존하는 데다 이번 국회 들어 의원수가 26명이나 줄었기 때문입니다. ⊙ 국회의원 보좌관  : 대다수 의원들은 전국구가 아니고 지역구거든요. 지역구면 한 6명 배치시켜주면 3명 정도는 지구당에 빼거든요. 국회의원실에는 2~3명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굳이 다른 의원실에서는 공간부족을 느낀다고 생각을 안 해요. 의원회관 1층에는 수십 개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업무시간이지만 어느 곳에서도 대답이 없습니다. 단 한 곳에서 응답이 있었지만 일을 하기 위해 와 있는 사람 같지는 않았습니다. 텅텅 비어 있기는 8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원들이 이용하는 침뜸실과 서도실을 제외하고는 문을 연 사무실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의원회관 바로 뒤쪽에 위치한 국회 경비대입니다. 밖에선 또 하나의 의원회관 건립계획이 한창이지만 일반 군부대의 절반 크기인 7평 크기의 내무반에는 새벽 근무를 막 마친 20명의 의경들이 말 그대로 새우잠을 자고 있습니다. - 이렇게 자다가 다리를 쭉 뻗으면 어떻게 돼요? 밖으로 나오네? 국회의사당은 요즘 공사 중입니다. 37억 원을 들여서 파라펫이라고 하는 기둥 위쪽에 처마 장식부분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파라펫을 갈아치우는 사연을 묻자 국회는 또다시 안전문제를 들고나옵니다. ⊙ 국회사무처 간부  : 안전진단을 해봤더니 B급 나온 건 아시죠? 98년도에... B급 나왔다는 것은 일단은 위험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만약 (파라펫) 돌 하나가 떨어졌다든지 밑에 사람이 다치거나 했다면 세계적인 뉴스가 돼요. 문제의 안전진단을 실시한 업체에 물어보니 B급은 양호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이번에도 국회와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 국회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요? ⊙ 시설안전기술공단 담당자  : 좋습니다. 거기는... 아주 상태가 좋아요. 파라펫도 상태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닌데 보기가 나빠서 수리하는 모양이에요.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철거과정을 지켜본 국회 관계자 역시 수십 년 세월이 지나야 벌어질 상황을 가지고 그런다며 마뜩치 않아 합니다. ⊙ 국회사무처 관계자  : 저번에 철근 떼어내는 것 보시면 알겠지만 (파라펫) 돌을 걸더라구요. 거기 부식이 되면 아무래도... 한 100년 후에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겠죠... 여의도 1번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정기용 교수는 건축가의 눈으로 말합니다. ⊙ 정기용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건축가)  : 원래 국회의사당 건물은 아주 단순한 박스형태에 아주 간단한 건물이고 이것이 국회의사당의 본 모습인데 여기에다가 권위를 갖춰야 된다, 국회의사당 칼람이 있어야 된다, 기둥이 있어야 된다 그래서 이곳을 에워싸고 기둥이 혼자 설 수 없기 때문에 파라펫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이죠. 그리고 그것가지고도 뭔가 국회의 권위를 갖기에는 부족하다 해서 일반 상식으로 돔 정도는 있어야 국회의사당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해서 하나씩 기본적인 박스에다 이렇게 하나씩 첨가해서 만들어진 것이 국회의사당의 모습인데 그런 것들이 본 말이 전도됐다고 그럴까요? 사실 주인은 이겁니다. 여기다가 이렇게 여러 가지를 첨가함으로서 어떻게 보면 부정직한, 정직하지 못한 건물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죠.. 어쩌면 권위를 중요시하는 잘못된 국회 이기주의가 부정직한 건물을 낳았고, 다시 그곳에서 이기적인 정치 행태가 판을 치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수십 억, 수백 억을 들여서 권위로 가득 찬 건물을 늘리느니 국회 내면에 유리를 둘러서 투명한 국회의 외연을 넓혀보자는 생각, 한 사람 건축가만의 몽상이 아닌 여의도 1번지를 바라보는 국민 대부분의 생각일 것입니다. [2002-11-21]  지하철 9호선 국회통과 확정 !!!!! [2002-11-22] 기사 '종료'/ 끝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