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103회, 2003, 7. 4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교통관광TV 몰락의 교훈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는 지난 3주 동안 서울과 지역의 교통 방송들이 안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현실과 교통방송의 내용의 문제점을 추적 보도했습니다. 오늘은 교통방송 설립의 모델이 되었던 교통관광텔레비전의 실태가 남긴 교훈을 짚어보면서 이를 통해서 TBS 서울교통방송과 TBN 지역 교통방송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이 자리에 이상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교통관광텔레비전 하면 시청자께서 기억하시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아예 지금 없어져 버렸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3년 전에 매각돼서 지금은 방송 내용은 물론이고 그 이름까지도 찾아보실 수가 없게 됐습니다. 교통관광TV, 즉 TTN은 정부부처로서는 처음으로 건교부가 산하단체인 교통안전 공단을 통해 개국시킨 방송인데요. 이 방송의 출범을 계기로 오늘날 라디오 교통방송들이 잇따라 출범하게 됐습니다. 교통관광TV의 몰락 과정을 함께 보시면서 요즘 라디오 교통방송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해법을 생각해 보시죠. - 세계를 하나의 영상으로 담아낼 교통관광 텔레비전, 나아가 여러분을 모시고 세계의 방송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난 95년 3월, 교통안전공단인 각종 공단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교통관광 TV가 개국했습니다. 수천 평대의 5층 짜리 대형 방송사옥이 지어졌고, 100억원대의 최신 장비가 들어왔습니다. 개국 초기 인력만 해도 10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5년 동안 천 억 원 대의 예산이 집중 지원됐습니다.   - 세계인의 방송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교통관광TV 건물을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은 간데 없고 교회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 교통관광 TV는? ⊙ 지역주민  : 거기 이사 갔는데요. - 언제쯤 갔어요? 벌써 꽤 됐는데... 교통안전진흥공단이 팔고 이사갔거든요. 교회인데... 문 닫았는데요.   ⊙ 지역주민  : 이사 간 것 같은데, 무슨 교회로 바뀌었다는 것 같은데... 교통방송 TV의 흔적을 찾아 도착한 곳은 남산의 리빙TV, 이름과 주인이 바뀐 것은 물론이고 방송 내용 또한 교통정보 대신 낚시와 레저, 경마중계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 리빙 TV 관계자  : 그때 있는 사람이 그때는 엄청나게 많았어. 지금은 30명도 안 돼. 다 없어졌어... 야심차게 시작한 교통관광TV가 개국 5년만인 2000년 장비 값도 채 못 건진 채 팔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95년 9월 국정감사에서는 개국한지 6개월밖에 안 된 교통관광TV에 집중적인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공단의 수입원인 자동차 검사비 500억 원에 절반이 넘는 260억 원을 한해 동안 날렸다니 도대체 적자 방송국을 공단이 붙들고 있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까 등이 질의 요지였습니다. 교통관광TV의 제작본부장을 지낸 정창기씨는 방송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주된 이유가 방만한 조직과 주먹구구식 운영 때문이었다고 지적합니다. - 그 상황이 어떻습니까? ⊙ 정창기 / 리빙 TV 부회장  : 직원들도 한 100여 명 정도 됐어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야~ 이게 지금 현재로서 너무 많은 것 아니냐, 그때 벌써 처음에 개국할 때보다 케이블TV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시장은... 그런데 40여 명 더 뽑겠다고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날수록 교통방송 TV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공단의 일반 직원들에게 마저 그 피해가 닥쳐왔습니다. ⊙ 교통안전공단 관계자  : 계속 적자를 보니까 저희가 공단 재정이 어려워진 거죠. 그러다 보니 자금에서 딸리니까 급여도 반납하는 형식도 됐었고, 간부급이상들은 자진 상납, 반납하고 그런 시기도 있었어요. 결국 만성 적자로 시달리던 공단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통관광TV의 이런 운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설립 이전부터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 정창기 / 리빙TV 부회장  :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본 것 아니냐, 수입을 생각을 못했고, 또 그 후에 시장성이 많이 변했습니다. 더 나쁜 쪽으로, 그렇기 때문에 적자가, 제가 보기엔 초기에 방송사를 기획한 사람들이 정확한 계산을 못 한 것 아니냐, ⊙ 신강균 기자  : 그러면 사업 이전부터 이미 수익성에 대해서 회의가 많이 제기가 됐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관광 텔레비전이 만들어지게 된 특별한 지시나 계기가 있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사실 저희도 그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했었는데요. 취재해 보니까 교통관광 TV가 개국하는데는 교통안전공단의 상급기관이었던 교통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통부에서 방송국을 개국하라는 지시가 단 한 장 팩스로 전달이 되자 부랴부랴 며칠만에 방송국을 뚝딱 세운 것입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뒤늦게 방송에 투신한 이계익씨, 김영삼 정권 시절 교통부장관에 전격 취임한 이씨는 곧바로 교통방송 TV 개국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 이계익 / 前 교통부장관  :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의 공급을 위해서 생각했던 있던 분야가 교통분야, 관광분야입니다. 근데 마침 교통안전진흥공단의 사업과 성격이 맥을 같이 하고 있어서 유선방송 프로그램 공급자로서 교통안전진흥공단이 참여하게 정부의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계익씨는 당시 교통방송 TV의 개국은 자신이 직접 지시한 일이라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교통부의 제반시책을 홍보하기 위해 엄청난 광고와 홍보비를 뿌려봤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낮아서 아예 방송국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그는 회상합니다. ⊙ 이계익 / 前 교통부장관  : 문공부장관한테 우리도 하나 들어하겠다. 체육공단도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들어간다, 그리고 대통령께 말씀을 드렸어요. 이런 취지로, 대통령 그 취지가 좋다고 이건 상업적인 것도 아니고, 순전히 교양적인 것도 아니고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캠페인성 방송입니다. 이렇게 교통부에서 세운 계획은 곧바로 산하단체인 교통안전공단으로 하달돼 1년이 지난 뒤 교통관광 TV 개국으로 실현됩니다.   ⊙  당시 교통안전진흥공단 간부  : (종합유선방송 프로그램 공급사업 허가신청이) 보름 정도 한 열흘 정도 남아있었을 겁니다. 만약에 교통부에서 그것을 해라, (책임지는) 방송의 '방'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군 대령인가 중령출신인데 그 사람한테 책임을 맡겼더니 그 사람이 다른 케이블 TV에 신청서를 만들어 주는 용역업체들이 있더라고. 하지만 정작 운영이 쉽지는 않았다고 이계익씨는 털어놓습니다. ⊙ 이계익 / 前 교통부장관  : 우리 초기에 정부가 지원하면 방송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하지 않겠느냐 생각하는데 그게 그대로 안 됐다는 점에서는 판단을 잘못한, - 방송 실패 이후에 책임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 아마 여러 번 사람들이 바뀌지 않았어요. 방송 책임자들, 그게 일종의 책임이죠. 여러 가지 주체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근데 좀더 잘 되고 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좀, 시청취자의 요구가 아닌 일방적 정책에 따라서 설립된 교통관광TV의 실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이창현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방송국의 신설과 허가과정에서는 방송을 이용하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됩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방송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반 시청자, 청취자들이 요구하는 방송을 전달해야되고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방송사업이 더 이상 부처 홍보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 이창연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조직들이 있고, 이런 조직들이 방송을 가짐으로서 자기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힘의 행사를 좀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예컨대 교통방송을 둘러싸고 서울시라는 조직과 또는 나름대로 경찰청이라는 조직이 나름대로 힘 겨루기를 했었던 과거에 전례 같은 것들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교통관광TV의 몰락 과정은 지금까지 미디어 비평에 추적 보도한 라디오 교통방송들의 문제점이 과연 어떻게 해결돼야 할지 그 해결을 위한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교통방송의 설립에서 몰락까지, 그 어처구니없는 과정을 우리가 지켜봤는데 이상호 기자! 저희들이 지난 3주 동안 라디오 교통방송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만약에 그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방치된다면 지금 방금 보신 교통관광텔레비전의 전처를 밟을 수도 있다 라는 우려가 생기는데요. ⊙ 이상호 기자  : 전문가나 교통방송 내부 관계자들은 교통방송이 제 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방송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공사화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박금성 이사장님을 모셨는데 어려운 걸음 감사합니다. 어떻습니까, 스튜디오에서 교통관광 텔레비전의  문제점 함께 보셨는데 착잡 하셨겠습니다. ⊙ 박금성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  : 예,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서 교통관광 TV의 실태 원인을 거울 삼아서 우리 TBN 교통방송도 앞으로 국민에게 사랑 받는 방송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노력을 해나가겠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라디오 교통방송의 문제점을 보셨죠? ⊙ 박금성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  : 예, 그렇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보시고 개선책을 마련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만. ⊙ 박금성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  : 그래서 우리 본부장을, 전문가인 우리 방송 본부장을 팀장으로 해서 방송개혁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에서 좋은 의견을 과감하니 수용해서 앞으로 국민에게 아주 사랑 받는 교통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려고 합니다. ⊙ 이상호 기자  : 경찰청이라든가 공단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가 있거든요. 혹시 방송의 위상과 관련해서 복안이 있으신지요? ⊙ 박금성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  : 별로 공사로 운영한다든지 하는 부분을 심층 검토해서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신강균 기자  : 혹시 박 이사장님의 계획에 대해서 조직에서 저항이 있을지도 모르고, 실행하시는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꿋꿋하게 지켜나가시길 바라고요. 저희 미디어 비평도 앞으로 라디오 교통방송이 새롭게 명실상부하게 국민의 방송으로 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금성 /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