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17일,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성형외과와 피부과, 요즘 의사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진료과목입니다. 성형 열풍으로 그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시술이 많기 때문입니다. 의대 교수들이 줄줄이 강단을 떠나는 것이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여기저기서 성형외과로 간판을 내거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성형 열풍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을 찾아가 봤습니다. 영상취재 서정암 / 영상편집 방완규 / AD 강효임 회사원 정 양은 가벼운 여드름 치료를 위해 강북에서 유명하다는 피부과를 찾았습니다. ⊙ 강북 ○○피부과 원장  : 다른 이상이 있으면 거기에 대한 치료를 먼저 하셔야 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여드름 약을 당분간 먹게 되기 때문에 검사해서 확인하고 먹는 게 좋아요. 혈액 검사결과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건 이제 여드름이 약 먹고 좋아지면... 좋아지는 거고, 많이 심하지는 않거든요. 진료비는 약값을 포함해 약 3만 원,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강남의 피부전문 클리닉을 찾은 정 양에게 의사는 대뜸 손 볼 곳이 많다고 말합니다. ⊙ 강남 피부전문클리닉 원장  : 벌써 손 볼 곳이 많아요. 그러니까 여기만 빼고 턱 여기만 빼고는 레이저를 전체적으로 쏴야하고... 추후 처리를 잘 해야지만 평생 안 날 수도 있고 날 수도 있고. 그리곤 바로 시술을 권합니다. - 레이저만 해서 우리 200만 원 하거든요. 완치하는데 한 230만 원 정도. - 230이요? - 환자는 모르니까 돈 많이 들어가요. 종합병원 가면 400만 원 들어요. - 종합병원 가면요? - 예, 진짜예요. 예약 잡아놓으시고 내가 책임지고 낫게 해 드릴게요.   강북에서 3만 원이던 병원비가 강남에서는 230만 원으로 뛰는 현실, 비싸도 강남이 좋다는 맹신이 이 같은 바가지 상술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 여기 3층에 무슨 공사하는 거예요? - 성형외과 같은데요. - 언제 들어 온데요?   -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요. 서울 강남에는 오늘도 성형관련 클리닉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일찌감치 명동에서 강남으로 진출한 정성일 원장, 적잖은 돈이 드는 성형수술의 특성상 강남으로 몰리는 세태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 정성일 / 탑 성형외과 원장  : 사실은 좀 웃기는 얘기지만 강남에서 개업을 하면 능력 있는 의사로 인정을 받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같은 능력이 있어도 지방이나 변두리로 가면 저 사람은 실력이 좀 안 돼서 가는 거 아닌가 라고 볼 수도 있고, 또 아직 실력이 미천하지만 강남이란 곳은 좀 더 기회가 있고 같이 편승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아마 새로 개업을 하려는 분들한테는 이 강남이 그런 매력이 분명히 있지 않겠나. 서울 신촌에서 시작해 불과 3~4년 만에 강남 지역에만 무려 4개의 지원을 세운 이지암 피부과, 강남은 병원의 이름 값을 떠받치는 힘이자 굳건한 시장입니다. ⊙ 함익병 / 이지암 피부과 원장  : ...브랜드를 믿고 그 병원을 찾아갔을 때 그 정도 최소한의 서비스, 진료 서비스는 보장한다는, 그래서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흔히들 병원의 플레차이저화라고 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많이 보는데요. 아무나한테 그런 병원을 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 둘 늘어가는 병원들을 보며 우리 의료현실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 또 이렇게 돼야한다고 하는 만큼 자랑스럽고 당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정해진 룰에서 현행 의료보험제도라는 게 의약분업 체계 내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발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것도 하나의 모델은 될 수 있다는 거죠. 전국의 성형외과 의사들 중 절반 가량은 바로 이 곳 강남에서 문을 엽니다. 피부과나 일반외과, 정형외과 전문의는 물론이고 일반의들까지 진료과목을 성형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이곳에만 천 개가 넘습니다. 좁은 시장을 놓고 이처럼 병원들이 난립하다 보니까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펼치는 홍보전이말로 병원영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넘쳐나는 여성지 광고를 주도하는 광고주는 바로 강남 일대의 의사들입니다. 여성지 광고는 대부분 인터뷰 기사형식을 띱니다. 그런가하면 스포츠지에 실리는 광고 역시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을 실은 기사형식을 고집합니다. ⊙ 최은실 / 소비자보호원 표시광고팀 팀장  : 언론기관에서 어떤 기사성 광고 자체를 이렇게 기사 형태로 낸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허위 과장성이 그 광고내용에 들어있다면 소비자들을 오도하거나, 소비자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얘기거든요. 광고가 아닌 기사로 다룰 경우 뒷돈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칼럼식 기사나 질문에 대한 답변형식의 기사까지 크기에 따라 200~500만 원 대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한 업계관계자는 떨어놓습니다. ⊙ 스포츠신문 관계자  : 광고비는 평당 얼마에 얼마를 내야하잖아요. 그런데 기사는 그냥 솔직히 기사라는 게 돈 받는 게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같은 경우는 원장님들이 수표로 얼마 정도 해주시는 거죠. 병원 규모에 따라 많게는 매달 수 천만 원의 홍보비가 들어가지만 의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 강남 소재 피부과 원장  :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 천만 원까지 홍보할 수 있죠. 그런데 요새는 그런 홍보가 신문이나 잡지말고도 인터넷도 있고 여러 가지 매체가 많기 때문에 좀 규모가 큰 병원에서는 꽤 그런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개업의들의 경쟁을 더 부추기는 것은 언론, 특히 일부 언론사들의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한 신문 홈페이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광고료를 낸 병원들을 아예 자사 추천병원이라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 해당병원 관계자  : 거기서 전화를 주셨죠. 저희 병원 보시고... 이렇게 전화를 주셔서 한 거거든요. 뭐가 궁금하세요? 광고죠. 뭐 진짜... 그쪽에서 누가 잘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어떤 병원이 잘하는지... 광고를 사면 해당 병원을 자사관련 매체에 홍보해주겠다며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문도 있습니다. 미인대회의 심사위원이 되는 것도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 미인대회 기획전문가  : 주최한 측 입장에서는 행사 제작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아쉬운 말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러다 보니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되는 협찬금을 내면서까지 심사위원에 응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 심사위원 출신 성형외과 원장  : 협찬금조로 그 때 한 일천만 원 정도? - 천만 원 정도요? 천만 원 정도... 저희 병원 몰랐던 사람들이 많이 알았던 거 같고, 그런 효과 뭐 수술이 당장 늘어나는 효과보다는 경력에 하나 조그마하게 추가될 수 있는 그런 정도죠. 뭐니뭐니 해도 병원 홍보에는 방송출연이 최고입니다. 병원마다  방송출연을 미끼로 접근하는 브로커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 강남 소재 피부과 원장  : 방송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 만약에 방송하면 어느 정도 드는데 하실 의향이 있느냐 하고 전화가 오는 거죠. 그런데 각 병원마다 대충 전화 한 두 번은 다 받아봤을 거예요. 현재 활동중인 한 브로커는 500만 원 정도면 방송출연이 가능하다고 장담합니다. ⊙ 홍보 브로커  : 그 친구도 무진장 방송에 나가요.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나갔을 때 그 아이템에 대해서 전화문의가 무진장하게 온단 말이에요. 사기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한 의학관련 케이블 방송에서는 돈만 내면 출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케이블 방송 관계자  : 열시에서 오후 다섯시까지 이때 한 두 번 정도 나가고요. 그 다음에 밤늦은 시간에 한 타임, 새벽에 한 타임, 뭐 이 정도 됩니다. - 단 가는? 편 당 250입니다. 세금계산을 원치 않을 때에는 저희가 무자료 처리를 해드릴 수 있고요.   성형외과들이 난립하면서 한편에서는 의사들끼리 집단 대립양산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단체인 개원의 협의회는 성형 전문자격이 없는 의사들의 과장광고 단속에 나서는 한편 대 국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국광식 / 대한성형외과 개원의 협의회 홍보이사  : 좋은 진료를 받고 좋은 수술을 받는다고 하는 얘기는 가능하면은 자격이 없는 사람보다는 자격이 있는 사람한테, 그리고 성형외과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는 성형외과 교육을 받은 사람한테 진료를 받는 것이 양질의 진료를 받는 거거든요 이에 대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타 과 전문의나 일반의들은 최근 대한미용외과학회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 한성익 / 대한미용학회 학술이사  : 안과 선생님들이 쌍꺼풀 한다, 그게 왜 이상합니까, 그죠? 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이 코 수술하는 게 이상합니까? 아니잖아요. 저희 지금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많거든요. 그렇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코 수술하는데 왜 그 사람들이 지금 뭐라고 문제가 있느냐 하면 그냥 얘기하면 밥그릇 싸움이에요. 결국 쟁탈전이거든요. 근데 이 사람들은 지금 불안한 거죠. 최근에는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강단을 떠나서 강남의 성형열풍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스타급 교수들의 유출현상에 대해 대학병원들은 혹시 누가 알까봐 쉬쉬하면서도 이렇다할 대책이 없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0명에 달하는 교수진이 무더기로 그만 둔 한 대학병원은 올해도 벌써 2~3명이 사의를 표명해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나가는 경우가 있었나요?   ⊙ 해당 대학병원 관계자  : 거의 없죠. 저도 이 병원에 근무한지 한 6, 7년 됐는데요. 단 기간에 이렇게 나가는 경우는 없었죠. 교수들의 전직에 대해 제자들은 대체로 수긍이 간다는 입장입니다. ⊙ 의대졸업생 1  : 대학병원 같으면 어느 정도 자기 연구 같은 것도 하면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되는데 (병원도) 재정이 어렵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2차 병원처럼 교수님한테 환자를 몇 명 못 보면 그만큼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고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학교에 남아있어도 특히 보람 같은 것을 크게 느끼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아예 대놓고 돈을 벌 수도 없는 거고. 그러면서도 진로에 대한 자신들의 속내도 솔직히 드러냅니다. ⊙ 의대졸업생 1 : 어차피 병원 들어가면 똑같은 월급 받고 사는데 누구는 5시에 퇴근하고도 같은 월급 받고 누구는 밤새기도 하고 그러는데 계속 힘들게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 것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고. ⊙ 의대졸업생 2  : 피부과가 그런 건 없지, 5시 퇴근인가? 응급(환자)이 없으니까... 피부과를 지망한 한 의대졸업생은 요즘 세태를 보면서 의술보다는 홍보의 중요성을 깨쳤다고 합니다. ⊙ 의대졸업생 3  : 예전에는 단순히 의술만 있으면 됐는데 이제는 제가 보기에는 다른 여러 가지가 조화가 돼야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어디에 위치를 잡고 어떻게 인테리어를 하고 어떻게 광고를 하고, 그런 쪽으로 더 뭐라고 그럴까? 연구를 한다? 많이 생각을 해야할 것 같아요. 강남에서 일기 시작한 성형열풍은 이젠 의대의 인기과목까지 완전히 바꾸어버렸습니다. 올해 전공의 지원결과 기초 의학분야인 외과, 내과 등이 무더기 미달 사태를 보인 반면 피부과 성형외과 등은 두 배 이상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 김철수 / 대한병원협회 기획의사 (원장)  : 과거에는 의과대학에서 상위 10%는 항상 내과를 간다던가 이렇게 갔습니다. 근데 최근에는 최고 일류대학에서도 1등에서 5등까지가 피부과를 지망을 했습니다. 그것은 뭐가 좀 그리고 본질이 왜곡되고 있지 않나, 물론 피부가도 중요한 학문입니다만 요새 대학병원 가서 응급실 한번 가 보셨습니까. 복도에 쭉 누워 있는... 제대로 환자를 보지 못해서 환자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황금만능의 세태와 의료정책의 혼란 속에서 유독 의사에게만 직업윤리를 강요하는 것도 무리겠지만 그럴수록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더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