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 인간이 이르는 곳마다 모두 청산일세..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지인들과 찾은 충청북도 괴산의 야트막한 야산을 뒤로 한 고풍스런 한옥집. 그곳에 '청산'이 살고 있었다. (사진 속 중앙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이가 바로 청산이다.)   그는 청산이 좋아 스스로를 청산이라 부르며 아내에게는 '달마당'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혀줬다. 이날 청산은 한옥 뒤편에 모두를 위한 해우소(화장실)을 전통 한옥 건축 방식으로 짓고 있었는데, 기둥에 대들보를 맞춰 끼우고 마룻대를 걸쳐 올린 후 서까래를 엮었다. 마룻대가 올라가자 이날의 메인 이벤트, '상량식'이 시작되었다. '똥은 하늘입니다. 밥이 하늘이듯이..' 라고 쓴 상량문 글귀가 정겨웠다. 저녁이 내리자 별이 쏟아지는 마당 구석에 일꾼들이 둘러모였다. 장에서 떼어온 돼지삼겹살을 구우며 동네 청년의 대금 연주를 들었다. 막걸리잔이 돌며 취흥을 돋궜다. 하지만 먼 서울로 향할 마음에 나는 그저 배탈난 사내 처럼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땐 미처 몰랐다. 그날 그 사소하게만 스쳐가던 모든 것들이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것이될 줄은.. 끊일듯 이어지던 대금 가락도, 한옥 처마를 흔들리며 비추던 모닥불의 이글거림도, 사람 좋은 청산의 너털웃음도, 씁스레한 뒷맛의 나물 반찬도.. 이제 모두 지나온 것들이 되어 고향 처럼 그곳에서 손짓한다. 봄이 오면 청산이 세운 멋드러진 해우소 앉아 내 자신, 자연의 일부됨을 확인해봐야겠다. 청산과 그의 달마당에게 오상순의 시 한귀절을 바친다. 시간의 흐름속에 남는 건 굳건한 건축물이 아닌 너와 나 얽어맨 작은 인연들일 뿐이니까.   흐름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 <방랑의 마음> 1연/ 공초 오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