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움> 그대가 곁에 있으니 나는 그대가 그립다. 건강한 성적 갈망이 꿈뚤대는 신촌을 가꾸기 위한 시인의 모임 한 시인은 격렬한 춤사위가 끝나자 그리운 것은 없다고 그리움을 향한 내 안의 욕망만이 요동치는 것이라고 고백하고 술독에 빠져 죽었다더라 그 시인의 주검 앞에서 또 한 시인은 그럼 네 안의 욕망은 대체 어떤 그리움의 그림자였냐며 울부 짖었다. 그러자 한 나이든 시인은 라디오를 끄며 눈 덮힌 산이 있을 법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자신도 한때 그림자 안에서 그리움을 꿈꿨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버스 바닥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을 주울까 말까 고민하다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끊겨 택시를 탔었다는 한 시인이 끝내 입을 열었다.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하자 내릴까 말까 망서리다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아주 먼 곳에 내렸노라고 그리움도 그런거라고 그 말을 마친 시인은 어디론가 떠나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더 라                          (9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