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누실금(淚失禁) 환자가 분명해. 요실금(尿失禁) 만큼이나 낭패스러운 '누실금.' 정말, 사람들 앞에서 새어나온 눈물을 들킬때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40줄에 접어들며 심해지는 이같은 나의 증상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 증상은 개선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모두 나쁜 기억만은 아니었다. 가슴 벅찬 희열과 보람, 인간적 훈훈함의 기억이 열어주는 눈물샘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사람들로부터의 받은 따돌림과 무시로 씌워지는 억측과 반목이 주범이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다른 한편의 사람들을 공격해야하는, 내가 선택한 가장 역설적인 방식의 '기자질'이 초래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고자질꾼의 다름아닌 고발기자질. 나는 이 고발기자질을 해오며 MBC 밖으로만 고발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나의 고발기자질은 공영방송인 MBC의 건강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MBC의 건강성에 대해 누구 보다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5년전 회사 내부에서 벌어진 거액의 횡령사건을 제보했다. 해당 담당 부장은 해고되었고, 이후 나는 2년 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가운데, 홀로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했다. 해당 부문에서는 음모라며 나를 밤낮으로 흔들었다. 그로부터 2년뒤, 연예계 피알비 수수관행을 고발했다. MBC 선배 몇 분이 구속되었다. 덕분에 한 여름에도 나는 한동안 얼굴을 가리고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전. 핸드백 로비 사건을 드러내고, X파일 보도를 주장한 죄로 나는 지금껏 조직에서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있어도 없는 사람, 없어도 있는 사람.. 존재감의 단절을 겪으며 너덜너덜 이어온 날들이 벌써 2년이 되어간다. 그런 날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일이다. 지금 나의 누실금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 날도 그랬다. '기자와 문제의식'이 강연의 주제였다.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그 자체로 위험하다. 엄혹한 80년대를 넘어섰다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과다한 문제의식은 40대 이후 만성 누실금으로 이어진다. 강연 도중 몇번이나 눈가가 젖어왔다. 아! 이런.. 제길. 저기 몇명은 눈치챈 것 같다. 이럴때면, 마치 몹쓸 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 사진은 바로 그날, 7월 3일 - 빵꾸난 경기 민언련 강연을 땜빵한 뒤에 촬영한 것이다.   짧은 강연 뒤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공영방송이 이 시기 왜 필요한가, 방송의 공영성 강화 대책은 무엇인가, 시장논리에 압도된 언론의 의제설정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묘수는 무엇인가.. 등 이었다.  진땀을 흘리며 함께 고민을 나눴다. 이들의 모습에서 절망의 시대,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을 넘어 이웃과 사회로 손 내미는 사람들이었다. 누실금 환자는 고백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