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진지함은 아름답다. 예술가들이 '세상의 것들'을 생산하지 못하면서도 세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건, 그들의 집중 - 진지함 때문이리라. 남의 눈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기만의 정진,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연단의 댓가는 사실 생각 만큼 넉넉지 않다. 가수 이은미는 내겐 대중가수를 넘어선 예술가로 다가온다. 무대위에서건 아래에서건 음악과 사람에게 쏟는 그녀의 일관된 집중은 놀랍다. 음악에 대한 이은미의 진지함은 때로 일반적 수준을 넘어선다. 자신을 용서못하는 예술가적 지향에 떠밀려 때로 가슴을 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런 가수 이은미에게 나는 빚이 있다. 지난 2002년 2580 재직중의 일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노예계약 실태를 고발할 당시, 가수 이은미는 연예계에 만연하고 있던 노예계약 실태를 유일하게 인터뷰해준 현역 가수였다. 나는 그녀의 용기에 힘을 얻어 '회사가 극구 반대하던' 보도를 관철할 수 있었다. 보도가 나가자 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의 집단 반발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연제협 사태가 터진 것이었다. 대형 기획사들이 국내 정상급 가수 백여명을 내세워 <이상호 기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관제 시위를 벌였다. 40여일간 연제협 소속 가수, 탤런트들의 mbc출연 거부사태가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계 노예계약의 실체를 인정하고, 불공정성을 시정하도록 조치를 내리기까지 1년이 걸렸다. 회사내 왕따에 시달려야했던 내게 1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약과였다. 가수 이은미는 그야말로 치도곤을 치러야했다. 기자에게 '입바른 말'을 해준 죄로 기획사들 사이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이은미에게 가요계는 그야말로 바늘방석이었다. 대형기획사들은 이은미가 출연할 경우 자신들의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겠다며 방송사들을 압박했다. 그로부터 3년여.. 이은미는 잊혀진 가수가 되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늘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서도 정작 내가 좋아하는 가수하나 지켜줄 수 없었던 '문제아'였던 것이다. 가수 이은미가 긴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돌아왔다. 훨씬 밝고 강해진 모습이다. '사진' 속 이은미는 지난주 방송녹화를 위해 오랫만에 mbc를 방문했다. 6집 앨범을 내게 줬다. 타이틀 ‘애인...있어요.’ 감동이었다. 4번과 6번 곡도 아주 좋다. 나는 아직 이은미 만큼 '용기있는' 가수를 보지 못했다. 이은미의 '용감한' 노래를 더 자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