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은 인근 구리시(九里市)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에 나갑니다. '희망찬 교회'라는 이름의 이 작은 성전은 요얼마전 겨우겨우 건축을 완료하고 신자를 들인지 얼마되지 않는 곳입니다. 신도는 백명이 될까말까.. 소극장이 연상될 만큼 아담사이즈 교횝니다. 사진속의 십자가는 저희 교회의 최고 보물이죠. 저희가 이교회에 오게된 이유는 바로 목사님때문인데요. 집사람은 목사님이 아주 '은혜로운' 분이라고 합니다. 왜 집사람 말을 인용하냐구요? 아직 전 걸음마 단계의 나이롱 신자라서요. 당연히 교회에서 제 자리는 항상 구석쪽입니다. 가급적 목사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고 성경을 읽다가 꾸벅졸음과 싸우는 아직 신앙이 일천한 백성이죠. 신앙이 지진아 그룹을 헤매는 이유는 뭘까? 저도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혹시 학생시절 품었던 생각, 즉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에 앞장섰던 기독교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아니면 해방이후 친일파들이 저마다 교회로 잠입하여 새로운 세력권을 형성한 불신감 탓인지, 아니면 세금 한푼 내지 않으면서 교회를 개인적 치부의 도구로 전락시킨 일부 부패 종교인들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8백년전 십자군의 악행을 거듭하려는 부시 정권의 이라크전 개전을 기도로써 지지한다던 보수교단 지도자들과 그들을 따르는 성도들에 대한 인간적 좌절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 신앙에 몰입이 잘 안되네요. 사실.. 저 하나 구원받자고 기독교의 죄행에 눈감고 맘 편히 기도드릴 염치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교회음악이 풍겨내는 미국식 에반젤리칼의 냄새도 그렇지만 전쟁광 부시를 지지하고 또한 그가 찾는 예수가 바로 이 예수인가 순간순간 낯설기도 하답니다. 교회안에서는 최대한 잡념을 지워야지. 머리를 들어 앞줄에 앉은 신도들을 살펴봅니다. 그곳엔 일주일간 혼탁한 세상으로 부터 걸어나와 두손 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검버섯에 가려 이젠 홍안을 찾을 수 없는 구부렁 할머님이 있습니다. 혹시 할머님들이 부르는 그 분이라면 저도 의탁할 수 있을텐데. 한사람 한사람 뒷모습을 뜯어보고 있노라면 바람같은 인생, 정지선에 잠시 멈춰선 차 처럼 언제고 떠나라시면 떠나야하는 우리네 처지가 안타까워 눈시울이 달아오르고 맙니다. 그럼 다시 눈을 감지요. 그런 저를 집사람은 졸지말라며 항상 구박입니다. 그래도 교회에 가면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이 있지요. 소박한 교회식구들중 최고는 바로 목사님이십니다. 언젠가 따로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참 기구한 운명을 살아오시고도 아직, 젊으신 우리 목사님. 이런저런 구설에 항상 얽혀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저를 불러 조용히 손을 잡아주시는 분이랍니다. 나즈막한 그의 목소리에서 절대자의 존재를 이따금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분이죠..  바로 예수님. 위의 사진 속 십자가를 채우고 계신 분입니다. 2000여년전의 일이라고 하지만, 제겐 너무도 생생하여 바로 엇그제 이곳을, 이 험난한 세상을 다녀가신 큰 형님 처럼만 느껴지는 분입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고서는 더욱 그렇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 분은 좀 다른것 같습니다. 그들처럼 근엄하고 노회하며 말이 없고 행동하지 않는 기회주의 선지자는 분명 아니셨을텐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혁명가적인 예수 까지는 아니어도 말입니다. 혹시 두 분이 다른 분인가 생각해봐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교황의 권위를 보며 낯선 느낌을 받은건 저만의 것이었을까요? 가깝게는 우리나라 대형교회의 재벌급 목사님들을 볼때면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예수님이 우리처럼 작은 존재들의 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아니겠지요. 약한자의 구세주, 세상에서 가장 헐벗고 굶주리며 병든 자들의 벗.. 나환자와 창녀도 품어주셨던 그분은 돌이켜생각하면 현세의 누구보다도 이타적이며 반자본적이고 공동체적이며 또한 진보적이셨던 분이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도하니면 철저히 '바보'셨거나말이죠. 어찌되었던 저희 교회는 저 동네 분들이 별로 안계서서 그런지 몰라도 예수님도 친구같고 이웃처럼 때로 바보 같아 그저 살갑게만 느껴집니다.       아참.. 교회에서 마주하는 반가운 이가 또 있지요. 일주일간 제대로 마주할 시간 조차 부족하던 바로 그 사람. 바로 제 아내랍니다. 제가 교회에 나가 앉아있는 이유는 사실 제 아내 때문이랍니다. 물질로서 채워줄 수 없음을 알기에 아내가 가장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죠. 그동안 홀로 교회에 다니며 진실되게 기도해온 아내는 언젠가 제게 전 가족이 함께 교회에 나가길 원한다고 말하더군요. 못할게 뭐있냐.. 그까이꺼.. 가자! 아내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니기 시작한 이후, 저는 아내와 완벽한 데이트 시간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이들과도 아주 즐거워하고 있지요.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오랜 시간 교회에 나간 100%짜리 성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법 긴 시간동안 마음 속 예수를 붙잡아왔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짧지 않은 고통과 시련의 날들을 거치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이 모두 그분의 뜻임을 고백해둡니다. 좌절의 상황에서 늘 제 입가를 지켜준 그분의 기도문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되뇌어 보게 되는 일이 잦아진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렇지만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당신 뜻대로..' 말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