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엘 갔다. 북한산..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한숨씩 한숨씩 버렸다.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깊이 뱉어내야 한다는 역설을 배운다. 잠시 숨쉬기를 잃어버린 내게 '등산과 입산' 중 어느길을 갈거냐고 동행한 경덕이 형은 묻는다. 숨길을 따라 산에 드니 사방에 물소리가 정겹다. 배로 숨을 밀어내며 귀로 물소리를 쫓는다. 어느결에 승가사다. 한달음에 비봉에 올라 잠시 봄산에 취해 시간을 놓다. 이어 대남문을 거쳐 문수사에 이르러 수없이 매어달린 연등을 보았다. (사진)   하지만 내 디카의 파인더는 연등보다는 연등이 만들어낸 지상의 그늘을 향한다. 소망의 그늘.. 이 땅의 모든 소망은 그늘진 우리네 인생이 만들어낸 뭉게구름 같은것. 삶이 그늘인지 아니면 구름인지.. 태양만일 알까. 며칠뒤로 다가온 '일전'을 생각하며 짧은 시간, 참으로 만은 숨을 토해낸 산행이었다. 버려야만 다다를 수 있는 먼길. 이제 고작 그 길의 입구에 서서 무얼 더 버려야 할지 홀로 망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