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마포의 최대포집에서 만난 '아름다운 재단'의 일꾼들. 이들과 밤늦게까지 80년대에 두고온 것들과 장애인, 여성 혹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이 총총걸음으로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는 시기..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박물관 안쪽 귀퉁이를 '불하'받았거나 완장을 차고 복도를 활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은 길위의 모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 살아있어 가난한 사람들. 살기위해 가난한 사람들. 이들의 가난한 마음이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저분한 대포집의 바닥위로 새록새록 담뱃재는 쌓이고 책상 위론 빈병들이 촘촘히 채워졌다. 여성운동을 하기 위해 인터넷 알바로 생활을 꾸려왔다는 한 친구와 맥주만 있으면 그래도 일할 힘이 생긴다는 또 다른 친구.. 한잔 술이 들어가자 자신의 소지품을 하나하나 챙겨 남에게 나눠줘야 직성이 풀리는 어떤 양반.. 모두가 이 시대 아름다운 사람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잘 재단된 물질의 조건을 걸치고 세상의 구조물 안에 있어야 비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 그들보다 덜 세련되고 더 바람 냄새 나는 이들에게서 인간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대의 엄혹함에 언 손을 녹이려 이들 곁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나를 본다. 나 혼자 만이 아닌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