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내리는 아침. 여의도 강변길을 달리다 본 풍경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쯤 될줄 알았다. 가까이서 보니 어제밤 농민들이 머리에 둘렀던 띠를 하나하나 나뭇가지에 묶어둔 것이었다. 한참을 기나치다 다시 차를 돌렸다. 비를 맞고 있을 농민들의 원망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노란 리본을 나무에 묶어두면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 던 유행가 가사 처럼.. 가지마다 묶인 머리띠는 나의 마음을 울렸다. 제법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우리 시대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따라 걸었다. 누가 이들의 마음을 알아줄까? 누가 이들의 사랑을 받아줄 것인가? 누가 미친 시대의 질주를 몸을 내던져 멈출 수 있을까? 소리 없이 내리는 빗속에 추적추적.. 농민들의 희망은, 사랑은, 꿈은.. 그렇게 시들어 가고 있었다. 누가 답해줄 것인가! 애절하게 부르는 이들의 사랑노래를.. (주: 서양식으로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라면 그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 눈물어린 사연으로 매달린 머리띠 장식에 행인들은 단 한차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자신들 만의 일상 속으로 총총히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