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분노한 농부들이 땅을 등지고 서울의 아스팔트에 모여들었다. 막걸리 한잔씩을 걸치고 농민가를 부르는 그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녘의 땅에서 스러져간 고 이경해씨의 얼굴을 봤다. 이들을 어쩔 것인가.. 오늘도 언론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그들이 막아선 길가에 세워진 차들과 퇴근길의 시민들의 불편을 걱정했다. 이경해씨가 죽자 하루이틀 농업문제에 대해 관심있는 척, '가장'했던 언론이 본색을 보인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반대와 농가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구호가 귓전에 맴돈다. 이런저런 생각에 길을 걷다가 시위행렬에 선, 한 동료 기자를 보았다. 그에게서도 이 땅의 막걸리 냄새가 났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내게 빠다나 향수 냄새가 나는 건 아닌지.. 코를 벌심거리며 서둘러 걸었다. (사진: 여의도 집회를 마치고 원효대교를 행진하는 농민들. 멀리 63빌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