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지기보다 잎으로 지길 잘했습니다. 꽃으로 나서기보다 잎으로 받쳐 주길 잘했습니다. 잎이어서 아름다운 삶이었습니다.                                        ('좋은생각' 11월호에서) 우연히 어느 화장실에서인가 무심결에 집어든 잡지의 한 귀퉁이어서 읽은 글입니다. 힘주다 닭살(?) 되어보기는 실로 오랫만인 듯 했습니다. 가끔 뇌까려보는 성 프란체스카인가 하는 분의 기도문 만큼이나 가슴속 절절하게 다가오더군요. 꽃이며 잎이며 저마다 나무를 위한 역활이 있겠지만 이왕이면 잎이 되는 삶이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래 잡지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삭아들기 시작하고 있는 낙엽들의 사진이 올라있었지만, 이곳 포토겔러리엔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그저 저희집 덕소 인근의 낙엽들을 찍어 올립니다. 이 낙엽들은 지난 봄 제게 삶의 희열을 나누어주었고, 또 지난 여름과 가을.. 청명한 공기를 내어주었던 놈들입니다. 이제 보니 낙엽들이 한움큼씩 쌓여 타들어갈때, 그들 속 무엇이 그토록 속 깊은 내음으로 풍겨났는지 알 듯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