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아닌 바람의 가슴으로 서로를 안아온 것이다. 사방 구멍으로 이어진 존재하지 않는 바람 그 바람 속 바람을 정글처럼 헤쳐온 너는 비 처럼 나를 안는다. 비 처럼 나비 처럼 날개짓하며 너는 내려앉아 땅의 장미, 한꽃송이의 즐거움을 피워 올린다. 흩 퍼지는 향기 바람을 덮는다. (주1: 94년 12월 21일, 유럽 배낭여행 중 바르셀로나에서 쓴 시.) (주2: 배를 타고 나아가 바다의 얼굴을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바다의 물결 파도. 파도는 바다의 얼굴이기도 하고, 바다의 심장이기도 하다. 어쩌면 파도는 파도 자체일 뿐이다. 표면장력의 극점에서 펼쳐지는 시시각각의 모습, 그 모습으로 파도는 살아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바람은 어떠한가. 바람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무에서 유로, 세상으로 이어진 실체. 그것이 세상이고 또 삶이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바다의 물결 - 파도의 표면 보다도 더 무상(無常)한 것들. 그것들 사이에 비는 내리고 나비는 날고, 꽃은 핀다. 세상에 넘쳐나는 향기. 그 또한 붙잡아 매어둘 수는 없는 것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 만큼의 확실성 속에서만 향유하다 이내 사라지는 것들일 뿐이다.) (주3: 사진 - 지난 여름, 도쿄 출장 당시 취재차량 밖의 모습을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