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이 '게이'임을 알려 사회적 파문을 던졌던 홍석천을 오늘 만났다. 이번주 금요일 [미디어비평]에서 일부 연예인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언론 보도태도의 문제점을 짚어 보기 위해서였다.   홍석천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 보다 대단히 진지하고 사려깊은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세상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에 속하지만, 홍석천의 경우 역시 실제의 모습과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모습이 크게 다른 사람이었다. 일찌기 나는 그처럼 실제 모습과 대중적 이미지 사이의 편차가 큰 사람들을 누구 보다 먼저 찾아내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나아가 그들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어떤 특별한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리는 일을 즐겨 해오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 홍석천과의 만남은 우리사회의 '인간화'를 지향하는 내 보도 전략을 실현해 나가는데 있어서 아주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선과 악, 민주 대 반민주 등 문제구도가 단순하고 외향적으로 노출되있던 과거와는 달리, 우리시대의 각종 사회 모순구조는 아주 복잡하다. 무엇인가 고발하기가 과거 보다 무척 힘들어진 이유다. 모순구조는 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구성'돼 있다. 인식론적 범주에 담론의 수준으로 '이식'된 문제들은 사소한 우리들의 문화적  취향이나 생각을 지배하며 장차 중요한 거대 담론까지도 좌우한다. 그런 만큼 기자들의 취재양태도 바뀌어야한다. 황토먼지 휘날리는 길거리를 헤매고 권력자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 만큼이나, 시대정신과 문화적 코드에 대한 해체와 분석, 개인 수준의 인식론적 구성양상을 꿰뚫어보는 노력에 집중되야 한다. 그런점에서 홍석천이 온몸으로 주장 - 성적 정체성에 대한 개별성을 인정해달라 - 는 요구는 장차 시민사회의 구성체로서의 개인들이 개별자로서 인정해달라는 요구와 다름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그의 요구는 우리들이 시민됨의 제반권리를 요구하는데 있어 좋은 인프라가 되고, 그때문에 그의 용기있는 고백은 '게이'가 아닌 나와 우리에게도 고마운 일인 것이다. 오늘 짧은 대화에서 홍석천은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확인받은 사건 (커밍-아웃)의 배경이 오로지 자신의 행복 추구 목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우리사회 인간화를 위한 전략적 '결행'이었음을 밝혔다. 나는 그의 전략적 '결행'이 가진 순수성을 인정하며 또 존중한다. 우리사회는 생활 각 분야와 집단에서 수많은 홍석천이 나와야 한다. 자신의 불편과 희생을 각오하고 더 나은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기 위해 현재의 위선과 부조리, 각종 편의적 합의를 떨쳐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홍석천의 향후 행보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