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속에는 두 개의 섬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서강대교 밑에 멈춰있는 축구장 만한 넓이의 섬 - '밤섬'입니다. 일상적으로 오가는 한강 한 복판에 나즈넉히 배를 드러내고 있는 환상적인 장소지요, 넉넉한 수변식물이 자라고 있고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주는 곳이랍니다. 저는 밤섬을 보며 간혹 상상에 빠진답니다. 삭막한 도시 한복 판에 무언가 꿈꿀 수 있는 공간적 배경이 필요하다는 생각. 이를테면 지독하게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이야기의 배경으로 밤섬을 그려본답니다. 삭막한 세상사에 치이다가도 고개를 살짝 돌려 밤섬을 바라보면 아직도 그 곳에는 사랑의 요정이 살고 있을 거라는 조금은 바보 같은 생각이 날 수 있게 말이죠. 10여년 전 파리 퐁네프 다리를 지나며 영화 속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생활속 현존으로 느낄 수 있는 파리지앵들이 부러웠던것도 바로 그 이유였답니다.   밤섬과 함께 제 맘속 흘러가지 않고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 섬은 여의도 안에 있답니다. 여의도 역시 섬이라지만 섬이라고 부르기엔 이미 대륙화되었지요. 섬은 뭍과 단절된 곳입니다. 그 단절성은 절박한 도모와 완만한 이완이 한데 어울어져 넘실거리는 섬 만의 정서을 자아내게 됩니다. 여의도 kbs 별관쪽 인도네시아 대사관 맞은 편에는 '경도상가'라는 빌딩이 있습니다. 그 건물 3층 끝에 10평 남짓한 크기의 통기타 카페 '자유2'가 있지요. 카페 '자유2'야 말로 이미 굳어진 여의도 안의 유일한 섬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자유2'에 들어오시면 시간이 80년대에 멈춰있습니다. 주인장 이인규씨(사진)는 과거 노찾사의 멤버로 아직도 80년대 노래운동의 전통을 이어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만큼 '자유2'에서는 80년에서 90년으로 이어지는 변혁적 노래운동의 전통을 담은 서정성 듬북 담긴 투쟁의 노래들을 듣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가하면 또 8-90년대를 풍미했던 김광석과 같은 음유시인들의 노래도 즐감하실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와 자본의 광풍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오늘도 굳건하게 멀찌감치 떨어져 제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섬, '자유2'... 깊어가는 가을 오후, 더 늦기 전에, 여러분의 겨울과 맞설 조그만 섬 하나, 마음 속에 담아 보시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