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위안부'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평생을 살아오신 김군자 할머니(좌측). 보통 사람 같으면 치욕적인 '과거' 하나로 삶의 희망을 송두리째 잃기에 충분한 아픔을 겪으신 분입니다. 해방이후에도 김군자 할머니는 애지중지 키워오신 자식을 잃고 마침내 가정마저 해체돼 의탁할 곳 없는 힘든 육신을 버텨오신 분입니다. 그녀 만큼 불행한 삶을 강요받은 사람이 또 얼마나 있을까요. 얼마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국적포기서'를 던지신 분들중에 한분이시기도 하구요. 이옥선 할머니(오른쪽)의 삶 역시 비운의 그림자로 부터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일제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가 50년이 넘는 시간을 타향에서 지내시다 얼마전 조국으로 돌아오신 눈물뿐인 인생의 주인공이십니다. 눈물로 살아오신 두분 할머니들이 이번엔 이땅에서 그런대로 멀쩡히 살아온 아저씨 아줌마들을 울렸습니다. 김군자 할머니는 삯바느질로 모은 전재산 5천만원을 보육원에서 나와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학비에 써달라며 아름다운 재단에 맡기셨습니다. "남을 도울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사람은 없다"는게 할머님의 말씀이셨습니다. 자신과 함께 불행한 청소년들을 돕자시던 할머님의 말씀이 너무도 담담해서 우리는 그만 눈물을 훔쳤습니다. 할머님의 그런 사랑이 바로 3년전 <아름다운 재단>이 첫번째 공익기금을 만들게된 사연이라고 합니다. 김군자 할머니의 조용한 외침을 가장 가슴깊이 담은 분은 다름아닌 이옥선 할머니입니다. 김군자 할머니와 함께 기거하고 계신 이옥선 할머니는 선듯 자신의 쌈지돈을 김군자 할머니의 뜻에 얹혀드렸고, 앞으로도 계속 김군자 할머니와 함께 하겠다고 <아름다운 재단> 3주년을 맞은 기념식장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식장 밖에는 하늘의 비가 내리고 있었고, 식장 안에서는 아름다운 마음의 눈물들이 아롱아롱 사람들의 눈가마다 맺히고 있었습니다. 8월 27일 <아름다운 재단> 창립 기념식에서 만난 정말 아름다운 얼굴들이었습니다. '남을 도울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사람은 없다'시던 할머니의 말씀.. 이제 보니 너무도 큰 희망의 말씀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