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현장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북측 응원단장 김은복양을 만났지요. 23살 먹은 평양 장철구 상업대학교 학생이라는군요. 그녀는 요즘 부쩍 유명해졌습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그녀는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일사분란하게 300여 응원단을 지휘하는 그녀의 솜씨가 현장의 운동경기 만큼이나 눈길을 끌었지요. 이 사진은 님들이 지금껏 봐오신 그림과 좀 다른 느낌이지요? 바로 이 사진이 제가 그녀에게 느낀 이미지입니다. '측은지심' 또는 '짠한' 마음이 담겨 있는 사진이지요. 왜 그렇게 느꼈나구요? 글쎄요. 잘 다듬어진 그녀들의 응원을 보며 제가 느낀 것은 분단된 산하, 분단된 민족의 서글픔이었습니다. 웬만한 연습을 해서 그같은 조화가 구현되겠습니까? 힘든 훈련을 거치며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혹시 하나된 조국의 앞날을 위해 자신들의 작은 몸짓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그녀들이 나름대로의 '비장미'를 가슴에 담고서 손에손에 바리바리 응원도구를 들고 부산 김해공항에 발을 딛으며 느꼈을 그 마음이 제게도 전해지는 듯 합니다.   측은지심의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로하지요. 응원단이 첫 응원을 시작한 북한-덴마크전, 북한의 석패였습니다. 배구 메인이벤트 북한-미국전 역시 완패였습니다. 그녀들의 열띤 응원이 있었지만 덴마크와 미국의 기량 앞에는 큰 힘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엄존하는 운동기량에 하나된 그녀들의 응원력이 대항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게 바로 현실의 논리입니다. 마치 북한이 미국과 벌이는 정치적 대결과 그 과정 속에 동원되는 북한 주민들의 '응원전'이 연상되는 것도 바로 그 이윱니다. 응원단장 김은복에게서 우리민족의 현실과 아픔을 읽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속된 말로 '오버'일 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도 '오버'하며 살아야만 하는 저로서는 김은복의 이 사진을 보며 오늘밤 소주 한잔을 청해볼까 합니다. 마침 창밖에 미친 비가 내리고 있네요. 사진속의 얼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십시오. 혹시 그곳에 할머니, 어머니, 아니 어쩌면 여러분의 얼굴이 있지 않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