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색과 짬밥 냄새로 기억되는 군대생활. 남자에게 군대에 다녀왔다는 것은 그 이후로도 예비군이나 민방위라는 서로 다른 이름의 사회적 강제를, 그것도 지속적으로 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며칠전 정신없이 돌아가던 일상을 가까스로 벗어나서 미뤄왔던 민방위 교육장에 갔다. 그곳에는 아직도 시간이 7-80년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군출신 인사의 안보교육이 계속됐다. 다음 시간은 안보 비디오 상영. 그런데 비디오가 상영되기 직전, 한 50대 중반의 여자분이 단상에 올라왔다. 정관수술 할 분 나오시란다. 장차 인구가 줄게될 터이니 아이를 더 낳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판에 정관수술이라니? 어이가 없어 뒤쫓아가 그 아주머니에게 묻자 이런 말씀을 하신다. "어차피 정관수술 안하실 겁니까." 글쎄다. 그건 그렇다치고 그런데... 민방위 훈련이랑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문득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땐 인근의 민방위 훈련장을 찾아보시라. 그곳엔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떼어 버리고 온 그것들이 있다.